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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미세먼지 대책, 친환경차 확산부터 서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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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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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정부가 관계부처 장관회의까지 거쳐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엇갈린 이해관계 속에서 앞으로도 수개월간 서로의 잘잘못만 따지는 형국이 이어질 기세다. 그러나 지금은 비난을 그치고 해결의 실마리를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규상으로는 전기·태양광·수소(연료전지)·천연가스 자동차 정도를 친환경차로 보고 있다. 이중 천연가스와 태양광 자동차는 아직까지 일반 승용차로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이 국내에 없다. 반면 유럽은 전기, 수소, 천연가스는 물론 LPG와 바이오에너지 자동차까지 대체연료 차량으로 지정하고, 개발과 보급을 위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일본, 호주, 홍콩 등에서도 LPG에 타 연료보다 낮은 세금을 책정해 국민이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디젤차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경유세 인상안을 먼저 고려했던 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현재 디젤차의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전기차와 수소차, LPG차다. 그러나 이들 차량의 보급·확산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전기차와 수소차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전기차 충전소는 333개, 수소차 충전소는 단 10개뿐이다. 차량 가격의 현실화 문제도 있다. 테슬라 보급형 모델만 해도 일반인이 선뜻 구매하기엔 아직 문턱이 높다. LPG차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고 연료 가격도 싼데다 충전소도 전국에 약 2000개소가 있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히지만 일반인 사용은 제한된다는 게 풀어야 할 숙제다.

디젤차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은 물론 친환경 자동차의 확산 방안에 대해 더 강력한 유인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개인의 자동차 구매에 경제성은 여전히 중요한 고려사항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친환경차 이용자들에게 좀 더 분명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세계적으로 LPG차를 장려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불필요한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LPG차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LPG차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수요를 늘리는 것은 급성장하는 세계 LPG자동차 시장 경쟁에도 유리하다. 마찬가지로 전기차, 수소차 보급 확대를 위한 투자는 우리가 세계 친환경차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디딤판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나온 여러 대책이 빠르고 힘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계속 갈지자 행보를 이어간다면 국민은 앞으로도 매일 일기예보와 함께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며 마스크를 낀 채 출근길에 올라야 할 것이다. 눌언민행(訥言敏行), 말은 어눌해도 행동은 빨라야 하는 법. 정부는 지금까지 쏟아지는 비난 여론에 어눌한 말로 변명하기 바빴다. 앞으로 행동만큼은 민첩하길 기대해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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