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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차는 증거를 남긴다"… '시거잭·안전벨트·트렁크·사이드미러'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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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7월이면 찾아오는 장마, 8~9월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태풍. 강우를 견디지 못한 하수도는 빗물을 도로 위로 게워낸다. 꽉 막힌 도로 위에 멈춰있던 차량은 옴짝달싹 못하고 그대로 침수 피해를 입게 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2005~2014년까지 10년간 6만2860대의 차량이 침수됐다. 스콜성 강우가 잦아지면서 침수차량은 연간 1만대 꼴로 늘어나는 추세다.

문제는 침수 피해를 입은 차량 중 적지 않은 수가 폐차장을 피해 중고차 시장에 등장한다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침수차량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꼼꼼한 차량 점검과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침수차량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선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자동차 이력정보 서비스 ‘카히스토리(www.CarHistory.or.kr)’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이 사이트는 차량이 침수로 수리를 했는지, 전손처리 했는지를 각 보험사의 정보를 토대로 무료로 제공한다.

다만 침수차의 소유주가 보험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정비공장에 차량 수리를 맡길 경우 침수 이력이 조회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전손처리된 침수차량 중 3분 1 가량이 수리 후 다시 중고차 시장에 등장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정비공장에서는 배선 및 오일 교환 등 침수 흔적을 깨끗이 지우기 때문에 소비자로서는 침수차량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보험으로 침수차를 수리했더라도, 번호판이나 소유주를 여러 번 바꿔 침수 이력을 세탁하는 사례도 있으며, 중고차 딜러가 구매자에게 침수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적잖다.

이 경우에는 소비자가 직접 차량을 눈으로 살펴 침수 여부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차량 ‘시가잭’이 녹슬었는지 여부다. 얇은 철판이 돌돌 말린 시가잭의 내부는 잘 녹이 슬지 않는다. 그러나 침수차라면 시가잭 안이 녹슬어있다. 면봉 등으로 시가잭 안쪽을 닦아 상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안전벨트도 침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겼을 때 안쪽 끝이나 조임부분에 흙탕물ㆍ곰팡이가 있다면 침수차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스페어 타이어를 두는 트렁크 하단이 부식되거나 녹이슬거나, 흙탕물 흔적이 있을 경우에도 침수차일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퓨즈박스 등 엔진룸이나 에어콘 필터 삽입구, 주유구 뚜껑, 사이드미러 내부, 램프 구석 등 차량의 구석지거나 굴곡진 지점에 흙탕물 흔적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들 부품이 너무 새 제품이거나 차량의 대시보드 등과 빛바램이 다르다면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퓨즈박스나 주유구 뚜껑은 교체할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또 겉으로는 큰 이상이 없는데도 가격이 지나치게 싸거나 ‘급매’ 딱지를 달았다면 구석구석 침수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계약을 할 때 ‘침수차인 경우 100% 환불’ 규정을 넣어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유경 기자 kim.yu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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