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개포 3단지 재건축 분양가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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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주공3단지 공사 현장 [중앙포토]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분양가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재건축 아파트에 사업장 분양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공사)가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단지엔 보증 심사를 까다롭게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중도금 대출보증 규제에 이은 분양시장 과열 방지 조치다.

3.3㎡당 4350만원 강남 최고
사업장 보증 심사 3단계로
고공행진 분양가 억제 노려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 부활
업계 “정부 개입, 투기만 조장”

공사는 5일 “분양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고분양가 단지의 분양보증을 엄격하게 심사하기로 했다”며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의 분양가를 주변 시세 등과 비교해 면밀히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부터 미분양이 많은 지역에서 보증 심사를 강화했는데 이를 분양가로 확대한 것이다. 보증 심사가 강화되면 일반적인 지사 심사에 그치지 않고 본사 심사도 받아야 한다. 공사 관계자는 “개포주공3단지의 지사 심사가 끝나면 본사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고 그 뒤 7일간의 특별 심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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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이 잘되는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보증 심사 강화 대상에 포함되기는 처음이다. 5월 말 기준으로 강남권 미분양 물량은 52가구에 불과하다. 공사 관계자는 “고분양가 아파트는 입주 때 집값이 떨어지면 대량 미입주 사태가 우려된다”며 “분양보증 책임을 지고 있는 공사로서 보증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분양가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용면적 84~131㎡형 69가구를 일반 분양하는 개포주공3단지 분양가는 3.3㎡당 4350만원으로 강남권 재건축 분양가 중 가장 비싸다. 지금까지 최고가는 지난 1월 분양된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 3.3㎡당 4290만원이다.

공사의 분양보증 제한은 사실상 분양가 규제의 부활이나 다름없다. 땅값과 건축비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분양가상한제가 지난해 6월부터 민간택지(신도시 등 공공택지 이외의 땅)에서 원칙적으로 폐지된 뒤 1년 만이다. 공사가 분양보증서를 발급해 주지 않으면 재건축 시행자인 조합은 자치단체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지 못해 일반 분양에 나설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보증을 받으려면 분양가를 내려 공사에 분양 리스크가 작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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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보증 카드를 꺼낸 데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 분양시장 과열이 배경이다. 청약경쟁률이 수십대 1에 달할 정도로 주택수요자가 몰리고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 3월 3.3㎡당 3760만원에 분양된 개포동 개포주공2단지가 1순위 평균 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개포주공3단지의 3.3㎡당 분양가 4350만원은 같은 개포동에서 4개월 새 3.3㎡당 500여만원(16%) 오른 금액이다.

비싼 분양가는 주변 집값과 다른 단지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해 집값을 불안하게 한다. 앞으로 집값이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면 손해를 본 계약자들이 대거 입주를 포기해 주택건설 업체를 자금난에 빠뜨릴 수 있다. 입주자가 중도금 대출을 제대로 갚지 못하면 대출이 부실해질 수 있다. 명지대 권대중 부동산학과 교수는 “분양가가 올라가면 분양 수익성이 좋아져 업체들이 분양을 늘리면서 공급 과잉을 더 재촉하게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를 견제할 마땅한 장치가 없자 고육책으로 분양보증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지난해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사라지면서 분양승인권을 갖고 있는 자치단체엔 분양가를 심사해 조정할 기구가 없다. 정부는 민간택지에 상한제를 원칙적으로 없애면서 집값이 급등하는 지역에 한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종이호랑이’다.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되려면 3개월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10% 이상 ▶월평균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0% 이상 증가 ▶평균 청약경쟁률이 20대 1을 초과해야 한다. 여기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다각적으로 따지도록 했다. 상한제 적용 기준이 워낙 높아 유명무실한 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제동에 주택건설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분양 방식에서는 분양가 고저와 상관없이 분양가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다”며 “분양가는 수요·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가를 억지로 낮추면 시세 차익 기대감이 높아져 오히려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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