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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찌개·장어덮밥·쌈밥정식…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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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 광화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오진석(41)씨는 일주일에 두 번은 사무실에서 도시락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과거엔 도시락 전문점이나 중국집 배달을 많이 이용했지만 최근엔 근처 편의점에서 파는 도시락이 주메뉴다. 오 씨는 “처음엔 빨리 한 끼 때우자는 생각이었는데, 먹어보니 구내식당에서 먹는 것과 거의 비슷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때우는 음식 아닌 한정식 수준 진화
젊은층서 즐기다 중장년층도 찾아
1인 가구 증가로 매출 급신장 추세

편의점 도시락이 ‘한식·고급·웰빙’ 음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젊은 층이 즐기는 저렴한 간편식에서 대다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정식 식사’로 위상이 높아졌다. 도시락 가격도 평균 3000원대 후반에서 최고 1만원대까지 높아졌지만 경쟁 상대가 ‘식당 밥’으로 바뀌면서 가격 저항도 세지 않은 편이다.

CU(씨유)·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계는 지난해부터 유명인의 이름을 넣은 ‘브랜드 도시락’으로 본격적인 경쟁을 벌였다. 처음엔 반찬 수를 늘리는 데 그쳤지만 최근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찌개·국·탕을 넣거나 소갈비·장어·홍삼 등 고급재료를 쓴 도시락이 부쩍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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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증가율은 올해 1월1일~7월4일까지(전년 동기 대비)

세븐일레븐이 5일 선보인 ‘쌈밥정식 도시락’과 ‘낙지볶음&오이냉국도시락’이 대표적이다. 편의점 최초로 쌈채소를 도시락에 사용하고, 여름철 대표 음식인 오이냉국을 주메뉴로 삼았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 김치찌개·된장찌개로 도시락 ‘국물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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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증가율은 올해 1월1일~7월4일까지(전년 동기 대비)

CU의 ‘부대찌개도시락’과 ‘순대국밥정식’, GS25의 ‘콩나물국밥도시락’ 등은 해장용 도시락으로 입소문을 탔는데, 실제 이들 상품은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술자리가 많은 직장인을 겨냥한 상품이다. CU의 이나라 상품기획자(MD)는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하는 소비자들이 증가 추세”라며 “결국 한국인 입맛에 가장 맞는 건 한식이고, 한식의 기본인 국이나 찌개 개발이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0년대 5%에 불과했던 1인 가구는 지난해 511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30%에 육박한다. ‘혼밥(혼자 밥먹기)’의 일반화는 도시락의 고급화·웰빙화로 이어지고 있다. CU가 지난해 연령별 도시락 구매비중을 조사해보니 20~30대가 58.6%로 절반을 넘었지만 40~50대도 31.1%나 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식사를 챙겨줄 사람이 없는 혼밥족의 최대 관심사는 건강, 바쁜 직장인의 최대 관심사도 건강, 중장년층의 최대 관심사도 건강”이라며 “너무 고가의 도시락은 시기상조라고 보지만 갈수록 몸에 좋은 재료를 쓴 프리미엄·웰빙 도시락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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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증가율은 올해 1월1일~7월4일까지(전년 동기 대비)

프리미엄 도시락의 첫 시험대는 GS25가 오는 7일부터 선주문으로 판매하는 ‘김혜자 민물장어 덮밥’(1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최초의 만원대 도시락이다. 세븐일레븐도 올 하반기 생선·고기·나물 등으로 구성된 1만원짜리 한식도시락을 준비중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정관장’과 손잡고 편의점 최초로 홍삼을 사용한 ‘홍삼불고기도시락’을 내놨는데, 다음주 중 5000원대 장어덮밥도 준비중이다.

도시락은 편의점 실적을 이끄는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올 들어 지난 4일까지 CU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배(202.2%)넘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GS25와 세븐일레븐 도시락 매출 증가율도 지난해의 2배를 훌쩍 넘어섰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2000억원이던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올해 500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유정현 대신연구원은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시락이 출시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고, 매출 비중도 일본의 25%에 비해 낮은 5~7%에 불과하다”며 “1인 가구 증가와 도시락 품질 개선으로 도시락 매출은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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