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트르담 드 파리’ 전나영 "고향 그리는 에스메랄다처럼, 내게 흐르던 한국을 찾아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4면

기사 이미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에스메랄다’ 역을 맡은 배우 전나영.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고향을 그리는 에스메랄다가 꼭 내 모습 같다”고 말했다. [사진 마스트 엔터테인먼트]

“고향은 파리였지만 바다를 떠올릴 때면 나는 늘 그곳에 있지. 안달루시아 그 강물은 내 몸을 흐르고. 나의 안달루시아 언젠간 널 만나게 될 거야.”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아름다운 집시여인 ‘에스메랄다’. 그녀는 노래한다. 자신의 진짜 고향 스페인 안달루시아에 대한 깊은 그리움을 담아서. ‘에스메랄다’ 역을 맡은 배우 전나영(27)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19세 때부터 지난해까지 유럽 무대에서 활동해온 그에게 한국으로 온 이유를 묻자 “에스메랄다의 노래처럼 내 몸 안에 계속 흐르던 한국을 찾아서 오게 됐다”고 답했다. 지난달 30일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여주인공 에스메랄다를 연기한 배우 전나영을 만났다.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는 등 유럽에서 ‘잘 나가는’ 배우다. 한국에 온 이유가 궁금하다.
“어릴 적 영화 ‘서편제’를 보며 펑펑 눈물을 쏟았다. 구슬픈 판소리 가락이 내 감정을 건드린 것이다. 그때부터 한국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이 몸 안에 조금씩 스미기 시작했다. 내 몸에 흐르는 한국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왔다. 지난해 뮤지컬 ‘레미제라블’ 판틴 역으로 한국 무대에 처음 데뷔했으며, 이번이 두 번째 무대다.”
1년간 한국에서 지내보니 어떤가.
“상상 속 한국의 이미지는 예절·효·순수·존경 등이었다. 하지만 서울의 첫인상은 이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초조함과 답답함이 많이 느껴졌다. 하지만 지내다 보니 거리 구석구석에 사람들의 웃음 사이사이에서 내 마음속 한국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이 변하고 삶의 방식이 변하면서 깊숙이 숨겨져 있을 뿐이다.”
‘에스메랄다’역에 캐스팅 된 과정은.
“오디션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줬다. ‘집시여인’으로 살아온 내 모습을 말이다. 16세 때부터 혼자 여행을 다녔다. 뱀이 지나다니는 정글 안에서, 아무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서 잠이 들었다. 그곳에서 내 몸이 원하는 대로 춤을 추고 내 목소리 그대로 노래를 불렀다. ‘당신의 모습 자체가 곧 에스메랄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사 이미지

극 중 감옥에 갇힌 에스메랄다를 연기중인 배우 전나영.

‘에스메랄다’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는 손금을 통해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미리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 운명을 껴안은 채 끝까지 웃고 춤추며 노래한다. 자신의 삶을 완전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용기를 관객들이 느꼈으면 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다. 헌신적인 종지기 콰지모도, 자유로운 음유시인 그랭구아르, 엄친아 근위대장 페뷔스 등. 이 중 누가 가장 끌리는가.
“아쉽게도 이 중에 없다. 그랭구아르에겐 진심이 없고 콰지모도에겐 공감이 없다. 페뷔스는 줏대가 없다. 나는 클로팽(집시들의 우두머리)이 좋다. 그는 섬세한 마초다. 사랑하는 여인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춤을 춰도 지긋이 바라보며 묵묵히 지켜 줄 것만 같다.”
앞으로 계획이 무엇인가.
“사실 그게 나도 궁금하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김기덕 감독님과 작품을 해보는 것이다. 그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처럼 한국적 아름다움이 짙게 배어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지난달 21일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2005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 11년 만이다. 8월 21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된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