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학산에서 청동기~고려시대 제사 유적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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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에서 발견된 제의 유적과 유물들 [인천 남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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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문학산에서 청동기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제사 의식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견됐다. 통일신라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토기 등도 무더기로 발견됐다.

인천시 남구는 5일 문학산 문학산성(인천시 지정문화재 기념물 제1호) 서쪽 능선 등산로에서 동쪽으로 3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청동기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제사 의식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유적은 능선 한가운데 있는 3m 높이의 큰 바위 안 쪽에 위치하고 있다. 가로 3.6㎝, 세로 3.5㎝ 크기의 정사각형 형태로 주변 바위 모양을 그대로 이용한 제단이다. 학계에선 "바위를 그대로 이용한 제단의 모습이 선사시대 때부터 내려온 대표적인 제의(祭儀) 유적의 형태"라면서도 "이 유적처럼 산성과 떨어진 지점에 제의가 있는 것은 보기 드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유적에서는 청동기시대 마제석촉 3점, 통일신라 기와편 50점·토기 20점, 고려시대 명문기·청자 각 2점 등 총 100여점의 유물도 출토됐다. 특히 유물 중 '순화원년칠월일관(淳化元年七月日官)'이라는 문장이 새겨진 고려시대 기와는 이 유적의 이용 시기를 파악하는 단서가 됐다. 남구는 이 문장의 '순화(淳化)'가 북송의 연호로 고려시대 990년(성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남구 관계자는 "이 유적이 청동기시대∼통일신라시대∼고려시대까지 제단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출토된 유물의 상당수가 통일신라시대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제사가 통일신라시기에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구는 이 유적이 바다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근에 바다가 있는 전남 완도군의 장도 청해진 유적, 전남 영암의 월출산 유적, 전남 신안군 흑산도 상라산 제사유적 등과 형태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남구 관계자는 "중부지방에서 최초로 발견된 유일한 통일신라시대 제의 유적"이라며 "옛 문헌에 기록된 자료는 없지만 주변에 삼국시대때 중국으로 가던 관문인 능허대가 있는 만큼 풍어제나 배에 탄 사람들의 안녕을 빌기 위해 제사를 지내던 시설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남구는 8000만원(시비 60%, 구비 40%)을 투입해 지난 5월 23일부터 한국고고인류연구소와 함께 문학산성 일대에서 발굴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작업은 이달 11일쯤 마무리된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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