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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정상회담 뒷 얘기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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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네바=주원상 특파원】

<낸시·라이사 선물교환>
○…미소정상 부부들은 21일 이번 회담을 기념하기 위해 각기 선물을 교환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고르바초프」에게 은제뚜껑 위에 증정문귀가 적힌 치펀데일(18C 영국의 가구수) 풍의 마호가니상자 및 아폴로-소유즈 미소 공동우주계획을 기념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평화』라는 문귀를 새긴 책상 등 2가지를 선사했다.
「고르바초프」는 「레이건」 미대통령에게 15개 소연방공화국을 상징하는 금메달 15개를 붉은 줄이 그어져 있는 가죽상자에 넣은 것과 성바실 성당과 크템린궁의 풍경이 그려진 액자를 선사했다고.
한편 「낸시」 여사는 「라이사」에게 로즈가든 접시라는 대협접시를 선사하고 자기 다세트 및 목걸이와 팔찌를 선물로 받았다.

<기념품 팔아 재미 짭잘>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제네바에선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의 초상이 그려진 우편엽서·편지봉투·배지·메달·티셔츠 등이 날개돋친 듯 팔렸다.
정상회담기간 중의 스위스사람들의 장사열을 두고 선데이 타임즈, 가디언, 데일리메일 등 영국신문들은 『평화, 돈벌이 잘 되는 사업』 『돈버는 도시 제네바』라고 야유했다.
○…두 나라 퍼스트 레이디인 「낸시」와 「라이사」여사는 회담기간 중 줄곧 뉴스의 각광을 받으며 많은 화제를 뿌렸다.
두 퍼스트 레이디는 부군들이 정상회담장에 있는 동안 적십자본부행사 등 공식석상에서 자주 마주치게 됐는데 두 사람의 은근한 「경쟁」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때가 많아 「레이건」 대통령의 스타워즈(SDI·전략방위계획)에 접근하지 못하고있던 기자들은 두 퍼스트 레이디의 경연을 두고 『스타워즈』(인기배우들의 전쟁)라고 부르기도 했다.

<"교도소 간호부 같다">
○…이번 정상회담 기간 중 이목을 끌었던 미소 양국퍼스트 레이디들의 의상대결이 초반에는 「라이사」의 우세로 기울었으나 결국은 역시 옷 잘입기로 정평 있는 「낸시」여사의 감각이 한 수위인 것으로 판정된 듯. 「낸시」 여사는 제네바 도착당시 자주색과 검정색을 섞은 모피코트 차림에 걸맞지 않게 큰 금장 체인벨트를 매어 마치 레인코트를 걸친 모습이었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의상감각을 어디 두고 60년대 풍의 옷을 찾아입었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실망을 불러일으켰었다.
이에 반해 「라이사」는 회색울코트에 회색여우모피 칼러를 댄 산뜻한 차림으로 등장, 큰 점수를 땄던 것.
그러나 「라이사」는 4일간의 제네바 체류 중 남성복 스타일의 넥타이에 회갈색 블라우스를 입고 두 번씩이나 나타나 외국 퍼스트레이디가 타국방문 중에 같은 옷을 두 번 입어서는 안 된다는 패션 세계의 금기를 지난10월 프랑스방문에 이어 또다시 깬 것. 「라이사」는 세 벌의 블라우스에 각각 다른 넥타이를 걸치고 등장, 색다른 의상감각을 지닌 것으로 놀라게 했는데 그중 주름잡힌 베이지색 블라우스에 역시 엷은 베아지색 넥타이를 맨 모습은 마치 「마피아갱」내지는 「교도소간호원」 같다는 혹평을 받기도.
예상대로 의상감각에 관한 한 두 퍼스트레이디간에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이번 대결결과 드러났으며 돈과 함께 세계최고급 디자이너를 둘 수 있는 「낸시」 여사가 결국 대부분의 경우에서 승리한 것으로 판정.
○…「낸시」 여사와 「라이사」 여사는 옷차림, 말하는 방법, 차를 대접할 때 내놓은 음식 등에서 뿐만 아니라 성격적으로도 판이한 것으로 드러나 이채.
「낸시」 여사는 이번 회담기간 중에도 이미 알려진 대로 가능한 한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공개적인 발언을 삼가며 부드러운 태도를 보인 반면 「라이사」 여사는 말이 많고 매우 자신만만한 태도를 취해 대조를 이루었다.
「라이사」는 특히 어느 거리에서나 기관총 같은 질문공세를 퍼부어 대고 즉흥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아 관계자들을 당혹케 했다.

<"마치 독백하듯 얘기">
○…「레이건」 대통령의 아들 「론」은 「고르바초프」가 회담장에서 얘기할 때 마치 독백하는 것 같이 말했다고 ABC-TV의 『굿 모닝 아메리가』 프로그램에 출연해 설명했다.
플레이보이지의 기자로 특파됐던 「론」은 자신이 아버지를 만났을 때는 결코 기자로서 만난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 만난 것이었다고 말하면서 아버지를 만날 때는 취재수첩마저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
「론」은 또 「고르바초프」가 『우리 아버지와 대화를 할 때 미국대통령인 아버지에게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듯 연설조로 얘기했다』고 전하고『가끔 독백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덧붙었다.

<정규방송중단 후 중계>
○…소련국영TV방송은 21일 사상최초로 「레이건」 대통령의 모습을 생방송했다.
이 TV방송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이례적으로 정상회담의 페막식 장면을 중계.
이 중계에서는 「고르바초프」의 폐막식연설과 함께 「레이건」의 연설이 소련어로 통역돼 방송됐다.
@주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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