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구 없었다면 가습기 사망자 95% 생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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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습기 살균제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내부에서 2005년께 제품에 부착된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라벨을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결국 무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 최창영) 심리로 열린 옥시 신현우(68) 전 대표 등 7명에 대한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다.

검찰, 옥시 3차 공판 앞두고 주장
“희생자 95%가 5세 이하 영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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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향후 혐의 입증 계획을 밝히면서 “2004년 1월 ‘옥시싹싹 가습기 당번’ 라벨에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문구가 추가됐고 2005년 12월 이 라벨 문구를 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옥시 내부에서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문구는 적절치 않아 빼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이 문구 앞에 ‘적정량을 사용한다면’이란 구절을 붙이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인체에 안전하다는 것이 가습기 살균제 판매의 콘셉트”라며 “라벨 문구가 정정됐다면 가습기 살균제는 시장에서 퇴출돼 사망자의 약 95%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과 관련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 피해자 94명 중 95%가 5세 이하의 영유아와 그 엄마들이라서 해당 문구가 피해를 키웠다는 의미다.

신 전 대표 등 옥시 관계자 3명은 독성 화학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주성분인 이 제품을 흡입독성 실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제조·판매해 73명을 숨지게 하는 등 181명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등)로 지난 1일 구속 기소됐다. PHMG보다 독성이 강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HG)이 들어간 ‘세퓨’를 제조·판매해 14명을 숨지게 한 업체 대표 오모(40)씨 등도 같은 혐의로 기소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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