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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화려한 용·꽃 … 日 "보물대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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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바둑판은 일종의 공예품이자 예술품이다. 백제 의자왕이 일본에 보낸 목화자단기국(木畵紫檀碁局)은 상아로 상감된 옆면의 그림이 너무도 아름다워 일본 왕실의 보물이자 최고의 예술품으로 꼽힌다.

그런데 다른 우리의 옛 바둑판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당장 조선시대만 해도 바둑판이 많았을텐데 그들은 다 어디로 가고 한점도 눈에 띄지 않는 것일까.

그 바둑판들은 일본에 있었다. 이를 찾아낸 인물은 제천에서 바둑교실을 하고 있는 임창순 원장이다. 약탈문화재 반환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는 임창순씨는 최근 일본의 박물관 등에서 조선의 바둑판들을 찾아내 그 내용을 '바둑'지에 기고했다. 그 내용을 정리해본다.

◇용호문나전기반(龍虎文螺鈿碁盤)=도쿄 국립박물관에 소장 전시되고 있다. 용과 호랑이를 배치해 나전기법으로 제작된 우아한 자태는 바둑판이라기보다는 예술품에 가깝다. 일본에선 19세기 후반 제작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이는 문화재 약탈을 은폐하기 위한 편법일 가능성이 크다.

뒷면에 새겨진 글엔 '만력20년'이란 연대와 '신이여송영장공(臣李如松令匠工)'이란 글귀,'황친(皇親)'이란 단어도 나온다.

만력20년은 1592년으로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해다. 제작자는 구원병으로 온 명의 장수 이여송이고 황친과도 관계가 있음이 드러난다.

이여송이 바둑을 좋아했던 사실, 선조와 이여송이 바둑을 둘 때 유성룡이 우산에 작은 구멍을 뚫어 훈수를 했다는 바둑설화 등을 미뤄 볼 때 이 판은 이여송이 조선에 와 만든 것으로 보인다.

나전장생문기반(螺鈿長生文碁盤)=일본 고려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는 우리 고유의 자개순장바둑판이다. 이 바둑판에는 순장바둑판을 알려주는 21개의 화점이 뚜렷하고 바둑판 옆면엔 '십장생(十長生)'을 상감문양으로 그려넣었다. 전체적인 구조는 조선 후기 바둑판임을 보여준다.

기반의 규격은 45㎝×45㎝.높이는 35㎝.오늘날의 표준규격인 45㎝×42㎝와 달리 정방형이다.

사진에 '백기(白碁)'라는 글씨가 있는 것으로 볼 때 반대편엔 '흑기(黑碁)'라는 글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둑판 안쪽은 비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나전화문기반(螺鈿花文碁盤)=역시 고려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나전기법의 꽃무늬 문양을 사용한 것으로 볼 때 조선바둑판으로 여겨진다.

육안으로는 화점이 안보이고 판 하부가 간결하게 처리된 점이 특이하다. 다리 처리 기법과 문양이 용호문나전기반보다 훨씬 이전인 조선 초기의 것으로 보인다.

자료제공=임창순 원장, 정리=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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