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가 EU 주도권 잡아야" 영국 떠난 유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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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중앙일보]

‘포스트 브렉시트’를 주도할 키 플레이어들(Key Players)이 27일(현지시간)부터 독일 베를린과 벨기에 브뤼셀에서 후속대책 논의에 돌입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총대를 멨다. 유럽연합(EU) 내 경제규모 1위인 독일은 영국이 빠진 EU가 더는 분열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도날드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을 베를린으로 불러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관련 절차를 신속히 이행하는 데 합의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또 독일과 프랑스 양국이 앞장서서 EU 개혁을 이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덧붙였다. 영국·독일·프랑스가 이끌어온 EU의 삼각 축이 무너지면서 독일·프랑스 두 나라가 EU를 끌고 가는 건 예상된 수순이었다.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은 회동에 앞서 30분간 따로 전화통화도 했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EU 도미노 탈퇴’다. 당장 자국 내에서 극우 정당들이 EU 흔들기에 나서고 있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전날 프랑스 중부지방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기념행사에서 “그간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동맹국(영국)이 EU를 떠나기로 했다. 이제 프랑스와 독일이 EU 주도권을 잡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후 EU 창설 당시 양국의 협력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분열하면 다시 위험에 빠질 수 있지만 협력하면 모두로부터 존중받는 EU가 될 것”이라고 했다.

28~29일엔 브뤼셀에서 영국을 포함한 EU 28개국이 정상회담을 열고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하지만 둘째날인 29일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를 제외한 27개국 정상들만 따로 비공식 회의를 열어 영국과의 결별 절차를 논의한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EU는 당장 브렉시트 협상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캐머런 총리는 10월 사임하겠다며 공을 차기 총리에게 넘긴 상태. 이 때문에 아무 실권없는 캐머런 총리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BBC방송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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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브뤼셀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무안보 대표와 회동해 EU 통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런던으로 가서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과 만났다. 케리 장관은 당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 논의를 위해 로마만 찾을 계획이었다가 일정을 변경했다. 요동치는 유럽 정세에 민감하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국제무대에서 영국 위상이 약해지면서 미국의 외교·군사협력의 중심축이 독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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