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송아지값 두배 뛰어 450만원…반갑지만 않은 농민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기사 이미지

26일 오전 전남 목포·무안·신안 지역 소들이 경매에 나온 무안군 일로읍 일로가축시장. 축산 농민들이 경매 진행자의 안내에 따라 송아지를 살펴보며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무안=프리랜서 오종찬]

“자, 송아지 경매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15분 드립니다.”

한우값 폭락 예상에 폐업 유도
송아지 공급 농가 줄어 값 급등
“팔 때도 비싸게 받을지 의문”

26일 오전 9시 전남 무안군 일로읍 일로가축시장. 경매 진행자인 목포무안신안축산업협동조합 최석영(46) 경제과장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농민들은 송아지별 입찰 최저가가 350만원 안팎인 사실을 확인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전 9시15분이 가까워지자 농민들은 손에 쥔 무선 응찰기를 누르기 시작했다.

“오늘의 송아지 최고가는 450만원입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농민들은 2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오른 가격에 고개를 저었다. 비싼 가격에 입찰을 포기한 농민들도 있었다. 이날 나온 95마리의 송아지 평균 가격은 암소 365만원, 수소 449만원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축산농민 김규식(67)씨는 “ 팔 때도 비싸게 받을 수 있으믄 좋겄는디 소값이 어찌될지 모른 게 문제여. 송아지 사들이기가 겁이 날 수밖에 없제”라고 했다.

낙찰받은 소를 화물차 짐칸에 싣는 농민들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최정규(60)씨는 “몇 년 전에는 어미소 1마리를 팔면 송아지 2마리를 사고도 돈이 남았는디 지금은 1마리밖에 못 산당께”라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지난 25일 찾아간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춘천가축시장. 이곳에서는 송아지 39마리와 임신우 18마리 등 57마리가 거래됐다. 이날 거래된 수송아지의 평균가격은 396만원, 암송아지는 332만원이었다. 수송아지의 3년 평균가격(2013~2015년)이 241만원, 암송아지가 172만원이었으니 그동안 150만~160만원이 오른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박태한(55)씨는 “6개월 된 송아지 값이 450만원이라니 이거 참. 앞으로 2년간 사료 값만 최소 350만원이 드는데 원가가 800만원이 넘으면 어쩌라는 건지. 소 값이 오른 것이 오히려 농가엔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송아지를 낙찰받은 이동우(68)씨는 “ 소를 팔았으니 송아지를 안 살 수도 없고 참 난감하다”고 했다.

축산단체와 농민들은 한우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소규모 축산농가의 자발적인 폐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정부의 축산 폐업 유도가 겹치며 송아지 공급이 감소한 것을 가격 폭등 원인으로 분석한다.

2010년 말 기준 한우 축산 농가 수는 16만6226가구였지만 지난해 8만9403가구로 5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축산농가가 사라지면서 마리 수도 크게 줄어 2010년 276만1576마리이던 한우가 지난해 256만1179마리까지 급감했다.

반면 한국육류수출입협회에 따르면 2013년 25만7000t이던 쇠고기 수입량이 2014년 28만1000t, 2015년 29만7000t,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벌써 10만3000t이 넘었다. 올해엔 30만t이 넘을 전망이다.

농민들은 송아지 가격을 잡지 못하면 2~3년 뒤 축산농가가 무더기 파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 영암군에서 축산업을 하는 박우영(64)는 “ 비싼 돈을 주고 송아지를 사들여 사료값까지 부담했는데 나중에 고기소 값을 제대로 못 받는다면 모두 망하는 것”이라며 “외국산 쇠고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라도 수요에 맞는 송아지 공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만식 목포무안신안축협 조합장은 “폐업 지원금을 받은 축산농가는 5년간 송아지를 키울 수 없도록 돼 있는데 공급을 늘리려면 이 기간을 3년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재철 강원도 축산과장은 “대형 농가가 비육우뿐만 아니라 어미소를 키워 송아지를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것은 정부가 일종의 ‘암소 기지’를 만들어 안정적으로 송아지를 공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안·춘천=김호·박진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