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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유람 나온 백면서생처럼 유유자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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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본선 4강전 3국> ●·스 웨 9단 ○·탕웨이싱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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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보(38~54)=상변 38로 제꺽, 끊었을 때 가만히 늘어둔 39를 본 박영훈 9단이 흐흐흐, 웃는다(역시 스웨는 점잖아요. 그런 뜻?). 백 쪽에 빈틈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에선 ‘참고도’ 흑1 이하의 압박이 조금이라도 더 그럴 듯해 보인다. 모르긴 해도 난전에 가까운 타개와 돌발적인 역습을 즐기는 이세돌이라면 이렇게 느슨하게 두지 않았을 테고 ‘참고도’ 에 가까운 진행이 그려지지 않았을까. 아무튼 공들여 쌓은 세력과 두터움의 잠재력이 모두 구름처럼 흩어지는데도 느긋하게 나아가는 45, 49, 51은 산천경개 유람 나온 백면서생처럼 유유자적하다. 하긴, 이래야 스웨답긴 하다.

전혀 다른 기풍이긴 해도 비교하자면 스웨보다는 탕웨이싱이 이세돌에 가까운데 38로 끊어 52까지 끌고 나온 일련의 행마는 어쩐지 무겁다. 이세돌은 무리한 싸움터에서도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이는데 말이지. 그러나 탕웨이싱은 어수룩해 보여도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는 탕웨이싱 만의 강미(强味)가 있다. 스웨가 느긋하게 보폭을 넓혀 중앙으로 뛰자 탕웨이싱이 즉각 54로 찔러간다. 족보에 있는 ‘밭전자 째기’다. 이럴 때 탕웨이싱은 품에 칼을 숨기고 호시탐탐 ‘단 한 번’의 기회를 엿보는 자객. 일단, 응수가 만만치 않다.

손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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