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모임→민본21→아침소리→? 새누리당 쇄신 모임 맥 끊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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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왼쪽 둘째)이 2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초선 의원들과 오찬을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권성동 사무총장 사퇴 문제 등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사진 조문규 기자]

“새누리당 쇄신파가 멸종 위기다.”

총선 참패 뒤 만든 혁신모임 와해
계파 단합 비칠까 소장파 모임 꺼려
세 차례 공천 파동 탓 몸 사리는 듯

새누리당에서 계파를 막론하고 인정하는 말이다. 16대 국회 때부터 미래연대(16대)→새정치 수요모임(17대)→민본21(18대)→아침소리(19대)로 이어져 온 쇄신 모임의 맥이 끊어졌다는 얘기다.

4·13 총선 참패 후 만들어졌던 ‘새누리 혁신 모임’은 당시 원유철 원내대표의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한 단발성 모임이었다. 3선의 김세연·김영우·이학재·황영철 의원, 재선의 주광덕·오신환·하태경 의원 등이 뭉쳤지만 혁신의 방법론을 두고 의견 차를 드러내다 결국 와해됐다.

18대 때 초선 의원으로 민본21을 주도했던 김성태(3선) 의원은 중도 개혁 성향의 여야 의원들과 혁신모임을 추진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당시 민본21을 함께했던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 국민의당 김성식 최고위원 등과 일정을 조율하다 현 수석 사퇴 등과 맞물려 표류하고 있다.

이후 새누리당 내에서 ‘쇄신’을 들고 나온 의원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특히 쇄신의 동력이 돼야 할 초선의원(45명)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지난 20일 친박계 김진태·김태흠·이장우 의원 등이 주도한 초·재선의원 모임에선 비박계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유승민 의원의 복당 파문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비공개회의에서 모임의 이름을 정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어차피 외부에선 세(勢) 과시 친박 모임으로 볼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이 자리엔 3선의 조원진 의원, 재선 12명, 초선 13명 등 26명이 참석했다. 특히 대구·경북(TK) 초선 의원 10명 중 6명이 포함됐다.

황영철 의원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복당에 대한 결정을 내렸는데 계속 문제 제기를 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서 볼 때 계파적인 활동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선 의원 37명도 주류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실제 당내에선 “재선 중에는 당 주류인 친박이 아닌 사람이 손에 꼽힌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재선의 오신환 의원은 “물밑에선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지만 모임 형식으로 목소리를 내면 계파적인 시각으로 비칠까 봐 개별적인 활동만 하고 있다”며 “아무리 소신이라고 주장해도 계파색을 덧씌우니 쇄신 모임을 만들 동기 부여가 안 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여권 쇄신을 주도한 원조 쇄신 모임 ‘남원정’(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정병국 의원)이 여전히 주목받는 배경에는 쇄신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의원은 “지난 세 차례의 공천 파동이 결과적으로 의원들을 위축시켜 자기 목소리를 내면 불이익을 당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며 “정치는 길게 봐야 한다. 권력이 아닌 국민을 두려워해야만 지속 가능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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