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원로작가 파금소설『가』국내번역 소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중공 원로작가 파금(81)의 장편소설『가』가 국내에 번역, 소개되었다.
중공현존작가의 작품으로는 처음 국내에 소개되는『가』는 중국대륙의 격동기인 5·4운동시기를 배경으로 하여 한 봉건가정의 해체과정을 사실주의적 필치로 묘사한 작품이다. 파금은 이 작품을「톨스토이」와「투르게니에프」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가』 는 노벨문학상 후보작으로도 꾸준히 거론되었다.
파금은 노신과 더불어 작품생활을 했고 현재 중공작가협회 회장직을 맡고있다.
79년 중공작가협회 사절단을 이끌고 파리를 방문한데 이어 84년 동경국제펜클럽대회에 중공대표 단장으로 참석했고 그때 87년 서울대회에도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1929년 처녀작『멸망』을 내면서 작가생활을 시작한 파금은『죽어버린 태양』『바다의 꿈』『안개·비·번개』등의 작품을 냈고 1931년 그의 대표작인『가』를 출간했다.
파금은 작가나 문학이 정치나 투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되며 문학은 어디까지나 사랑과 정열을 불사르고 자아의 심성을 발양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의 문학은 독자들에 의해 열광적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비해 정치와 투쟁의 현장에서는 냉소적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0억의 중국민족이 소용돌이치는 대 변혁기에도 파금은 철저한「자아의 문학」을 지키려했다. 물론 그도 낡은 것과 추악한 현실을 증오하고 새롭고 밝은 미래를 갈망했으나 참으로 그것을 획득하는 것은 투쟁적 혁명을 통해서보다는 인간의 자아사랑의 발양에 있음을 알았고 그것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이 때문에 파금은 특히 문화혁명시기에 혹심한 고난을 겪었다. 자아비판을 강요당하고 실권, 연금되었다. 4인방의 숙청과 함께 다시 복권된 그는 79년 수상집을 내는 등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복권과 함께『가』는 1백만부가 팔렸다. 그는 문화혁명이후 변모하는 해빙기 중공문학의 상징적 인물이 되고있다.,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