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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년 로마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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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역사상 최초로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기원전 8세기로 추정되는 로마 탄생 이후 2700여년간 집정관과 황제, 교황,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민선 시장 등 로마를 이끈 사람은 모두 남성이었다.

19일(현지시간) 로마시장을 뽑는 지방선거 결선 투표에서 이탈리아 제1야당인 ‘오성(五星)운동’ 소속 비르지니아 라지(37) 후보가 당선됐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라지는 67.2%를 득표해 집권 민주당(PD) 소속 로베르토 자케티 후보(32.8%)를 압도했다.

라지는 이날 선거 캠프에서 “로마에 근본적이고 역사적인 승리다. 우리와 함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로마에 준법정신을 되돌리고 투명성을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집권 민주당 소속 마리오 이냐치오 전 시장의 공금 유용 등 기성 정치의 부패를 정면 겨냥한 것이다. 라지는 지난 5일 치러진 로마시장 1차 선거에서는 36%를 득표해 1위를 했다.

로마 토박이인 그는 로마3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지적재산권 분야 변호사로 활동했다. 라디오 방송 PD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일곱 살 아들을 둔 그는 2011년 오성운동을 통해 정계에 입문해 2013년부터 로마 시의원으로 일했다. 정치 경력 5년에 불과한 라지가 지난 2월 인터넷 투표를 통해 오성운동의 로마 시장 후보가 됐을 때만 해도 정치 신인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뒤 집권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승리의 원동력은 ‘기성 정치와의 차별화’였다. 라지는 “새 빗자루로 청소해야 로마가 깨끗해질 수 있다”라는 구호로 표심을 파고들었다. “토박이인 내가 로마의 문제를 잘 안다”, “아들의 유모차가 지나갈 인도가 없어 차도로 다녔다” 등 시민들의 일상적 불편을 해결하는 민생 시장을 내세웠다. 소속 정당인 오성운동도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인터넷 접근권, 환경 보호 등 민생을 강조해 왔다.

이탈리아 정치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라지와 함께 오성운동의 또 다른 여성 후보 키아라 아펜디노(31)도 북부 공업도시 토리노에서 54.6%를 득표하며 시장에 당선됐다. 두 곳의 승리로 오성운동은 2018년 총선에서 약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반면 마테오 렌치 총리가 이끄는 집권 민주당은 로마·토리노의 패배로 타격을 입게 됐다.

정종문 기자 person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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