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항암제 내성 생긴 난치성 폐암 환자 … 맞춤 치료 길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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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성 폐암 환자의 치료를 위해서는 내성을 줄인 약제 개발이 필요하다.

그동안 폐암 환자 치료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내성의 원인이 밝혀졌다. 이로써 항암제 내성이 생긴 난치성 폐암 환자의 맞춤 치료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됐다.

연세대 의대 조병철·김혜련 교수팀은 최근 BRAF V600E 유전자 돌연변이 비(非)소세포폐암 환자(이하 BRAF 변이 폐암환자)에게 나타나는 항암제 내성의 원인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폐암 환자마다 암세포의 유전자 돌연변이 종류가 각각 다르다. BRAF 변이 폐암 환자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3%인 것으로 알려졌다. BRAF 변이 폐암 환자는 악성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 치료제로 쓰이는 ‘다브라페닙’을 표준 약제로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치료 반응이 좋은 대신 치료기간이 지나면서 약물에 대한 내성 반응이 생긴다는 점이다. 결국 치료 효과가 떨어져 의료진들의 고민이 컸다.

다브라페닙은 암세포 속에 있는 ‘ERK 효소’의 활성화를 억제한다. 조병철·김혜련 교수팀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 효소가 다시 활성화해 약물에 내성반응을 보이는 것에 주목했다. 교수팀은 원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세포 및 마우스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비교·분석 연구를 시행한 결과 상피세포 성장 수용체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나오는 ‘RIP2 효소’가 ERK 효소를 자극해 다시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약물 내성에 관여하는 또 다른 효소를 찾아낸 것이다.

조병철 교수는 “다브라페닙에 내성이 생긴 난치성 BRAF 변이 폐암환자에게는 표적 약제가 필요하다”며 “RIP2 효소의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다시 활성화하는 ERK 효소를 억제할 수 있는 약제가 있다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밝혀진 RIP2 효소 활성화 과정을 억제하는 표적 약제가 개발되면 난치성 폐암 환자를 위한 맞춤 항암 약물 치료가 가능해 진다는 얘기다. 교수팀은 “환자 개인별로 맞춤 표적치료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첨단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적 암 학술지(Molecular Cancer Therapeutics) 최근호에 실렸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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