朋友圈 -붕우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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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29면

“중국인은 줄곧 믿음을 말해왔다. 2000년전 공자(孔子)는 ‘사람이 믿음이 없으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人而無信 不知其可也).’ 신임은 사람과 사람 관계의 기초다. 나라와 나라가 교류를 하는 전제다.”


지난 6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7회 미·중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이다.


“중국 송(宋)나라 시인 신기질(辛棄疾, 1140~1207)이 명 구절을 남겼다. ‘천하의 큰 강은 천 번 돌고 백 번 굽어 수 많은 곡절을 거치더라도 결국은 모두 바다로 흘러간다’(靑山遮不住 畢竟東流去)는 구절이다. 굳게 방향을 잡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면 중·미 신형대국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양국 인민과 각국 인민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공자를 인용해 신뢰를 강조하고, 시를 읊으며 대항·충돌 없이 상호 존중하고 협력 공영하자는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한 이유다.


“아시아·태평양 업무에서는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드넓은 태평양은 각 나라가 다투는 게임 경기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친(親)·성(誠)·혜(惠)·용(容)이란 주변 외교이념을 따른다. 시종 아·태의 평화·안정·발전을 촉진하는데 힘을 다했다. 중국과 미국은 아·태 지역에 광범한 공동 이익을 갖고 있다. 대화와 협력을 계속하고, 여러 도전에 맞서 양국 공동의 배타적이지 않은 ‘붕우권(朋友圈·펑유취안·친구 네트워크)’을 육성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모두 지역의 번영과 안정의 건설자이자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붕우권’은 중국판 카카오스토리를 말한다.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중국식 이름이다. 시 주석이 올해 신년사에서 언급하면서 일반 명사가 됐다.


시 주석이 국제 사회에 미국과 중국 양다리 걸치기를 권한 셈이 됐다. 최근 중국 한 신문은 칼럼에서 “싱가포르의 세력균형 전략은 목표가 틀렸다”며 대미 경도)를 비판했다. 싱가포르 뤄자량(羅家良) 주중 대사가 곧 “싱가포르는 굳건한 미·중 공동의 붕우권”이라며 시 주석의 발언을 내세워 반박했다. 한국 외교도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신경진베이징 특파원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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