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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의 춤과 노래|민족문화의 맥은 살아있는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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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전통무용의 춤사위는 크게 발과 손, 그리고 몸짓의 세요소로 구분할수 있다. 발 뒤꿈치를 지그시 누르며 앞발을 살며시 드는 동작, 팔의 선을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펴는 동작, 정과 동이 적절하게 혼합된 유연한 몸짓- 이러한 모든 동작이 한데 어우러져 온몸으로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관객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리의 고유한 춤이 갖는 멋이요, 혼이다.
민요도 마찬가지다. 몸속 깊은곳에서 울려나온 자연스런 발성이 우리가락의 기본이며 정취다.
그러나 분단 40년만에 처음 대한 북한의 예술공연을 본 우리의 느낌은 한마디로 「전통의 단절」을 실감케했다.
남녀 50명으로 구성된 북한공연단은 이번 서울 공연에서 칼춤과 부채춤 민요등을 중심으로 선을 보여 그들의 선전성 높은 레퍼터리를 피한 듯한 인상은 주었지만 전통무용의 춤사위나 민요의 가락들에서는 민족고유의 감정과 정서가 많이 변질되었음을 느낄수 있었다.
전문가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칼춤등 전통무의 율동이 상하로 빠르게 움직인다든가, 동작이 갑자기 정지상태를 유지한다든가, 또는 손놀림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지나치게 작위적인 것등은 우리의 고유한 춤사위에서는 별로 찾아 볼수없는 동작이었다.
이날 무대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여성무용수들의 손놀림 발놀림과 하체의 재빠른 움직임은 인도등 남방춤의 영향을 받았으며, 남성 무용수들의 기계체조 같은 동작은 전래적으로 소연방 코사크 지방의 민속춤을 본받은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뿐 아니라 남녀 중창으로 소개된 민요들도 너무 기교에만 치우쳐 정서적인 안정감을 잃은 느낌이었다.
북한에서는 성악의 모든 창법에서「맑고 맑은 소리」만을 내도록 하고 있다. 심지어는 전통가락인 「판소리」 와 남도창에서도 탁음을 없애고 청음만을 사용하게 한것으로 봐도 그 변질의 폭을 잘 알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악연주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북한은 이른바 5음계 국악기를 서양음악의 12율반음계 악기로 개량, 전통적인 가야금의 12현을 18현으로, 해금은 2현에서 4현으로 대폭 개조했다. 국악기에 양악기를 「배합복종」 시킨다는 그들 나름대로의 악기편성체계를 세웠다.
그러나 「현대화」 라는 이름아래 이뤄진 이같은 악기의 개조와 배합은 결과적으로 전통국악양식익 일탈만을 가져와 오늘과 같은 이질적 민족음악을 낳고있는 것이다.
이번 북한예술단의 서울공연에서 대부분의 청중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생소함은 바로 이런데서 연유한다.
비단 음악 무용뿐만 아니라 북한의 모든 문화예술은 예술의 궁극적 가치인 미와 진실의 추구보다는 사상교양과 정치선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이 가장 역점을 두는 이른바 「무대종합예술」 이라는 가극형식의 대형무대도 무대장치가 크고 화려하며 음향과 조명등을 기교화하여 같은 작품을 장기간 계속 되풀이 공연함으로써 선전효과를 높인다.
이런 모든 「예술작품」 이 특정인물을 우상화하거나 특정목적을 위한 도구로 쓰여지는데 문제가 있다. 「우상」 은 있으나 「인간」 이 없는게 북한문화예술의 한계며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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