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불법도박 규모 많게는 169조원 추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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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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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형사정책연구원

21조원부터 169조원까지. 국가정보원 등 여러 기관이 추정해 온 국내 불법도박 시장의 규모다. 기관마다 산출 방식이 달라 추정치는 제각각이지만 불법도박이 한국 지하경제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사설 카지노 시장만 9조원대

 국내 합법 사행산업의 전체 매출액은 2014년 19조8933억원이었다. 총액은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매년 감소해 최근엔 1% 남짓에 그쳤다. 반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내놓은 불법도박 시장 규모는 2008년 53조원에서 2012년 77조원으로 45% 증가했다. 사감위가 낸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사설 카지노 시장 규모(추정치)도 2014년 8조1030억원에서 지난해 9조4323억원으로 뛰었다.

늘어난 규모만큼 불법도박의 종류는 산속 펜션에서 벌이는 은밀한 도박판부터 사이버도박, 사설 경마 등 다양하다. 지난 3월 국가브랜드진흥원이 발표한 ‘불법도박 실태 및 규제와 카지노산업의 합리적 규제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에는 도심 일대를 중심으로 불법도박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 추세다. 폭력조직과 연계된 경우도 흔하다. 지난달 울산경찰청은 울산시 남구와 동구 지역의 상가와 아파트를 임대해 불법도박장 총 11곳을 운영한 폭력조직원과 상습도박꾼 36명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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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형사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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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형사정책연구원

사이버도박은 불법도박 시장 중에서도 증가세가 가장 뚜렷하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이버도박 검거 인원은 3429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검거 인원인 763명 대비 349%나 늘었다. 지난 3월에는 홍콩·마카오 등에 사무실을 두고 미국 서버로 2조원대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관광학과 교수는 “한 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경제 발전 속도와 반비례한다”며 “불법도박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함께 합법 사행산업 시장의 서비스를 강화하는 양성화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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