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위 강원 청년실업, 디지털 노마드족에서 해법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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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강원도 춘천에 사는 직장인 홍모(29)씨는 지난해 11월 2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실업자가 됐다. 홍씨가 다니던 회사는 춘천의 중소기업으로 직원이 70여 명이다. 연구직으로 들어간 홍씨는 부족한 인력 탓에 자신의 업무 외에 다른 업무까지 떠맡는 일이 잦았다. 결국 3~4개월마다 부서를 옮겨 다녔고 참다못해 회사를 그만뒀다. 홍씨는 현재 공기업과 공무원 시험을 동시에 준비 중이다.

청년실업률 올해 1분기 15.5% 기록
기업 절반은 기술기능직 원하는데
구직자 40.8%는 경영·사무직 원해

강원도 청년실업률(15~29세)이 올해 1분기 전국 최고 수준인 15.5%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역대 최고치인 18.8%를 기록한 뒤 분기마다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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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강원도 지역 특성상 일자리가 부족한데다 구직자와 기업 등이 서로 원하는 부분이 달라 발생하는 구조적 미스매칭(mismatching)이 실업률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경배 강원발전연구원 일자리·사회적경제센터장은 “구조적 미스매칭 때문에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얼마 뒤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김모(29)씨도 대표적인 구조적 미스매칭 사례다. 강원지역 대학을 졸업한 뒤 2014년 12월 중소기업에 취업한 김씨는 잦은 출장과 낮은 임금으로 인해 퇴사를 결심했다. 김씨는 “일자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원하는 직장을 찾기 쉽지 않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강원발전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강원도 일자리 미스매칭의 주요 원인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노동수요 부족으로 인한 일자리 미스매칭이 전체 84.4%(2014년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68%)보다 13.6%나 높은 수치다.

구직자와 기업체 간 선호업종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조적 미스매칭’도 14.5%로 전국 평균 9.9%보다 높다. 2011년에 1.5%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10배가량 늘었다.

강원발전연구원이 지난해 8월 20~30대 청년구직자 500명과 도내 10인 이상 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희망 급여에 대해 설문을 실시한 결과 구직자의 55.3%가 2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원했다. 반면 200만원 이상의 급여를 지불하겠다는 기업체는 9.8%에 불과했다.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빅데이터·3D프린팅 등 정보통신 기술에 능한 지역 인재를 키우면 다른 지역 기업이 강원도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강원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만큼 디지털 노마드족(digital nomad·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보기술을 이용해 근무하는 사람)이 거주하는 특화 지역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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