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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총기난사범, 범행 직전 911에 전화해 IS 충성 맹세…IS도 "우리가 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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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방송 등이 공개한 마틴의 마이스페이스 사진 [마이스페이스 캡처]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게이 나이트 클럽에서 총기를 난사한 오마르 마틴(29)이 범행 직전 911에 전화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마틴은 이날 범행을 저지르기 전 911에 전화를 걸어 이같은 내용을 말했다.

CNN은 또 “미 연방수사국(FBI)이 작성한 IS 추종자 리스트에 마틴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고 전했다. 빌 넬슨 플로리다 주지사도 기자회견에서 “마틴이 IS와 연계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용의자 마틴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이다. 플로리다에 거주해 온 그는 IS 동조 의심자로 연방수사국(FBI) 감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 수사당국은 마틴이 아프가니스탄계로 확인되면서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된 테러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벌였다.

대니 뱅크스 FBI 대변인은 이번 테러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의 소행으로 보이느냐’는 질문에 “범인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게이클럽 '펄스'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이 자신들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IS와 연계된 뉴스통신사 '알 아마크(Al Amaq)'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IS가 총격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에게 직접 범행을 지시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마틴이 어떤 식으로든 IS의 영향을 받아 자체적으로 범행을 계획한 '외로운 늑대'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마틴의 부친인 세디크 마틴은 아들이 평소 동성애자를 혐오했다며 이번 사건을 종교 문제로 비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들의 범행은 종교와 상관없다”며 “일전에 아들이 길거리에서 두 남자가 키스하는 것을 보고 분개한 일이 있었다. LGBT(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성전환자)에 대한 분노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은 이날 새벽 2시쯤 올랜도의 유명 게이 나이트클럽 ‘펄스’ 주변에서 총격을 시작했다. 경찰이 출동하자 마틴은 펄스에 난입해 춤추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그 자리에서 40여 명이 쓰러졌다. 마틴은 클럽 안에 갇힌 30여 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며 총격전을 벌였다. 3시간 대치 끝에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투입돼 마틴은 사살됐다.

하지만 사건 초기 무방비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총격을 받아 대량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이날까지 최소 50명이 숨졌고 53명 이상이 다쳤다.

미국 언론은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기존 최악은 2007년 4월 한국계 미국인 학생 조승희가 버지니아주 버지니아텍에서 총기를 난사해 32명이 숨진 사건이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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