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옹호한 NYT “사우디와 타협한 총장, 비난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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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에서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엔은 최근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국제동맹군을 아동인권침해국 명단에서 제외했다. 앞서 유엔은 국제동맹군이 지난해 예멘의 학교와 병원을 무차별 폭격하면서 많은 아동과 청소년을 살상한 책임이 있다고 지목했다. 사우디와 동맹군은 아동인권침해국 블랙리스트에 오를 판이었다.

아동인권침해국서 제외해 논란

그러자 사우디는 유엔 프로그램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유엔은 결국 블랙리스트에서 국제동맹군을 한시적으로 삭제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반 총장이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의 반발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반 총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등의 압력을 공개했다. 그는 “이미 위험에 처해 있는 팔레스타인과 남수단, 시리아, 예멘 등지의 어린이들이 (사우디의 재정 중단으로) 더욱 절망스러운 상황에 놓일 수 있었다”며 “그것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것 중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반기문의 빛 안 나는 자리’라는 사설에서 “사우디에 굴복했다며 반 총장을 비난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반 총장이 그렇게 한 것은 옳다”고 반 총장을 옹호했다. 또 “놀라운 것은 반 총장이 이를 공개하고 압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 임기 중 ‘불편한 타협’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반 총장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NYT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유엔 특사는 이스라엘 방위군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아동인권침해국 명단에 올릴 것을 권고했으나 이스라엘의 반발 속에 양측 모두 명단에서 빠졌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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