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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 등산객 살해범 “혼자 있는 여성 돈 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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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 수락산에 이어 경기도 의정부 사패산 사건도 여성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강도살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달 29일 수락산 등산로에서 홀로 산에 올랐던 60대 여성이 살해됐다.

1만5000원 든 지갑 뺏고 목 졸라
“못 쫓아오게 바지 벗기고 달아나”

의정부경찰서는 12일 50대 여성 등산객의 금품을 빼앗고 폭행 후 목 졸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정모(45·일용직 근로자)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정씨의 얼굴 공개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박원식 의정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산에서 혼자 있는 여성을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건 상당히 중한 강력범죄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경찰청 심의를 거쳐 얼굴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 7일 오후 3시쯤 의정부시 사패산 호암사 뒤편 100여m 지점에서 피해자 정모(55·여)씨의 금품을 빼앗으려다 정씨가 저항하자 목을 조르고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뒤 현금 1만5000원, 신용카드가 든 지갑을 가지고 달아난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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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회로TV에 찍힌 사패산 등산객 살해 용의자 정모(45)씨의 하산 모습. [사진 의정부경찰서]

조사 결과 정씨는 7일 오전 10시쯤 사패산에 올라 소주 한 병을 마시고 세 시간가량 잠을 자고 일어나 배회했다. 이어 오후 3시쯤 혼자 음식을 먹고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범행을 저질렀다. 정씨는 이후 시신 발견, 현장에서의 유전자(DNA) 검출 보도를 접한 뒤 심리적 압박을 받은 데다 양심의 가책을 느껴 10일 오후 자수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몸에서 발견된 신발 자국이 정씨의 것과 같고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DNA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정씨를 체포했다.

정씨는 “사는 게 너무 힘들고 가진 돈이 1만4000원밖에 없어 막막한 마음에 소주를 사 들고 산에 올랐다가 혼자 있는 여성을 발견하고 금품을 빼앗기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했다. 피해자가 숨진지는 미처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피해자의 바지가 엉덩이까지 벗겨져 있던 점 등을 토대로 성폭행 시도 여부도 추궁했지만 혐의가 확인되지 않았다. 성폭행 시도를 의심케 했던 돗자리에서 발견됐던 남성의 체모는 정씨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서도 정씨의 사인은 두부(머리) 손상 후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로 밝혀졌고 성폭행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정씨는 “옷을 벗기고 간 건 쫓아오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진술했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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