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 게이 클럽서 총격…최소 50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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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뉴시스]

12일 새벽(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괴한의 무차별 총격으로 최소 50명이 숨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FBI는 사건 발생 4시간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총격을 가한 괴한에게서 암살용 자동소총과 권총, 다양한 무기들이 발견됐다. 이날 총격을 테러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범인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올랜도 경찰은 괴한이 처음부터 자동소총을 난사해 경찰이 출동하기 전에 많은 손님들 숨졌다. 범인은 이 동네 사람이 아니며 외지인”이라고 밝혔다. 미 CNN방송은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극단주의 이슬람 연관 세력에 의한 테러로 추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격은 이날 새벽 2시쯤 올랜도의 나이트클럽 ‘펄스’에서 벌어졌다. 한 남성이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고 클럽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 자리에서 40여 명이 쓰러졌다. 이 클럽은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날은 토요일 밤인데다 ‘라틴 축제’가 열려 클럽 안엔 300여 명이 있었다.

괴한은 총기 난사에 이어 클럽 안에 갇힌 30여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1시간여 대치 끝에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투입돼 괴한이 사살됐다. 인질들은 목숨을 건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사건은 2시간여 만에 수습됐다. 하지만 당초 무방비 상태에서 워낙 많은 사람들이 총격을 받아 대량 인명피해를 피할 수 없었다. 부상자들은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목숨을 건진 이들과 올랜도 주민들은 밤새 공포에 떨었다. 목격자인 크리스토퍼 한센은 “갑자기 무대에서 ‘탕 탕 탕’하는 소리가 났다”며 “너무 놀라 클럽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총소리는 40번 정도 계속됐다”고 말했다. 클럽을 빠져 나온 다른 목격자는 “댄스 홀과 바 앞에 수십 명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며 “악몽 그 자체”라고 몸을 떨었다.

경찰은 앞서 펄스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부상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트위터로 통보했으며 사람들에게 해당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말했다. 특별 기동대 등 수십 대의 경찰 차량이 클럽 주위를 에워싼 가운데 최소한 두 대의 경찰 픽업 트럭이 총격 피해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을 올랜도 지방의료센터로 이송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지난해 미국에서 한꺼번에 4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총격 사건은 총 358건으로, 가해자와 희생자 4명 중 3명꼴로 흑인이었다. 뉴욕타임스가 비영리단체 ‘총기 사건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 GVA)’와 공동 조사한 결과 지난해 4명 이상 사상자가 발생한 다중 피해 총격 사건은 총 358건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가해자를 포함해 사망자는 462명, 부상자는 1330명이었다.

이 중 4분의 3가량은 흑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 교회에서 백인 청년 딜런 루프의 총기 난사로 성경공부를 하던 흑인 9명이 사망하고, 10월 오리건주 로즈버그에서 20대 남성이 쏜 총에 10명이 목숨을 잃는 등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백민정·이기준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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