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우려 고조, 그 예견된 파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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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이 갑자기 ‘검은 목요일(Black Thursday) 가능성’에 눈을 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 외환시장에선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뚝 떨어졌다. 달러와 견줘 1.4257달러까지 미끄러졌다. 이달 23일 실시될 국민투표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가결될 조짐이 나타나서다. 인디펜던트의 설문 조사에서 브렉시트 지지 53%, 반대 47%로 나타났다. 투표 의사를 반영하면 브렉시트 지지는 55%까지 높아졌다.

인디펜던트는 “브렉시트 지지율이 53%에 이르기는 국민투표 여론조사가 본격화한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즉각 외환시장 트레이더들이 반응했다. 영국 파운드를 팔아 치우면서 미국 달러로 유로화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의 하락폭은 하루 낙폭으론 올 2월 이후 넉 달 새에 가장 컸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이 가결되면 영국의 유럽 단일 시장 접근이 차단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0일 시사주간 슈피겔지와 인터뷰에서 “브렉시트 가결은 ‘단일 시장’에 대한 반대”라고 잘라 말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가결하면 단일 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지위를 누릴 수도 없다는 얘기다.

결국 더 시티(런던 금융시장)와 미국 월가 사람들은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파운드 가치가 20%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 충격은 영국 파운드화에만 미치는 게 아니다. 10일 미국 리스크 측정 회사인 액시오마에 따르면 영국 주가는 두서너 달 새에 24% 정도 추락한다.

액시오마는 “유럽 대륙의 주가도 20% 떨어지고 미국 주가도 비슷한 충격에 시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 54%와 채권 41%로 구성된 가상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충격 시험)를 해본 결과다.

역사적으로 통화시장에선 브렉시트가 발생한 적이 있다. 1992년 검은 수요일(9월16일)에 영국이 유로화의 전 단계인 유럽환율메커니즘(ERM)을 탈퇴했다. ‘헤지펀드의 귀재’ 조지 소로스 등의 투기로 파운드화 가치가 추락한 결과였다. 영국은 이후 다시는 ERM에 복귀하지 못했다.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은 이유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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