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버거가 말하는 클린턴 정책 동맹 방어 위해 뭐든지 할 것 VS 파레스가 말하는 트럼프 정책 한·미 FTA 심각하게 협상할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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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호 3 면

로라 로젠버거=국무부 한국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국·중국 담당 국장을 거쳐 토니 블링컨 국무부 부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냈다. 지난해 7월 클린턴 캠프에 합류했다. 2008년 북한 영변 핵시설을 방문했던 한반도 전문가다 왈리드 파레스=워싱턴의 BAU 국제대학 부총장으로 미국 의회·국토안보부 등의 자문에 응해온 대테러·중동 전문가다. 레바논 베이루트 출신으로 2011년 대선 때 공화당의 밋 롬니 대선 후보의 외교 자문을 맡았다.

2016년 미국 대선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맞대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이에 따라 양측의 외교안보 정책이 국제정치와 한반도 구도의 가늠자로 떠오르고 있다.


클린턴의 외교안보 핵심 참모인 로라 로젠버거는 “클린턴은 동맹 방어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면 뭐든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단언했다. 반면 트럼프의 외교안보자문단에 있는 왈리드 파레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통상은 트럼프가 심각하게 협상할 분야”라고 공언했다. 한·미 관계에서 양자가 찍는 방점에 따라 동맹파 클린턴 대 협상파 트럼프로 대비된다. 향후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 한·미 관계가 전혀 다른 길로 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북 접근에선 미묘하게 다르다. 로젠버거는 “압박을 강화하고 평양에 북핵 ‘벼랑 끝 전술’은 성공하지 못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파레스는 “트럼프는 북핵 위협을 차단하는 틀을 갖춘 뒤 필요하다면 북한에 전화를 하고 대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인 클린턴이 대북 압박을 강조하는데 공화당의 트럼프는 압박 속에서도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아직 한반도 정책에 대한 구체적 각론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양측의 두 참모들에 따르면 클린턴은 미국 주류의 전통적 동맹관·대북관에 철저한 반면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 김정은과 대화 등 주류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아웃사이더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본지는 로젠버거를 e메일 인터뷰한 데 이어 지난달 파레스를 만났다. 로젠버거는 국무부 한국과 출신으로 클린턴 집권 시 사실상의 한반도 담당 책임자가 될 것으로 워싱턴의 외교 당국자들은 점치고 있다. CNN에 따르면 클린턴이 지난 2일 외교안보 구상을 처음으로 발표했을 때 당시 원고 초고를 작성했던 4명 중 한 명이 로젠버거였다. 파레스는 트럼프가 지난 3월 자신의 외교안보자문팀 5명을 공개했을 때 처음으로 노출됐다. 중동·대테러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극우 매파로 비판했지만 파레스는 이를 일축했다.


로젠버거와 파레스에 따르면 클린턴과 트럼프의 동북아 정책은 판이하게 다르다. 클린턴은 군사적 역량 강화를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는 동맹의 재조정을 중시한다. 로젠버거는 “클린턴은 아태 재균형 정책을 주도했다”며 “동맹을 보호하고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이 지역에 군사적 자산을 추가적으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온 아태 재균형 정책의 공동 설계자가 클린턴임을 내세우며 집권하면 이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미국과 기존 전 세계 동맹 간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차원에서 동북아 동맹 구도의 재설정을 예고했다. 파레스는 “(미국과) 한국 간의, 일본 간의 문제만도 아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아랍 국가들과도 관련돼 있다”며 “트럼프는 마주 앉아서 우리 동맹들을 상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대목에서 구체적인 표현을 피했지만 이는 트럼프가 강조해온 “우리만 뜯기고 있다”는 동맹 비판을 전제로 한 것이다.


파레스가 언급한 동맹 관계의 재조정은 한·미 군사동맹에선 주둔비용 인상으로 연결된다. 파레스는 주한미군 철수와 방위비 100% 인상, 한국과 일본의 핵 보유 허용 등 트럼프가 제기한 주장에 대해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언제나 극단을 먼저 얘기하는 트럼프 스타일”이라고 진화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가 집권하면 주둔비용에 대한 협상이 이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양국 정부가 마주 앉으면 극단이 아닌 중간의 시나리오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린턴은 전통적 동맹 관계에 충실하다. 로젠버거는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지키는 데 필요한 일이라면 뭐든지 해야 한다는 게 클린턴의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특히 군사 동맹에 관한 한 한국과 일본을 별도로 간주하기보다는 한·미·일 삼각 협력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로젠버거는 “클린턴은 동맹국들과 미사일방어(MD)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2일 외교안보 구상 발표 때 “국무장관 시절 일본·한국과 함께 긴밀히 협력해 왔으며 (여기엔) 북한 지도자들이 무모하게 핵무기를 발사하면 이를 떨어뜨릴 MD 체계가 포함돼 있다”고 더 분명하게 밝혔다. 클린턴 정부에선 미국이 요구하는 한·일 군사협력 확대를 놓고 한국 정부가 국내 여론과 한·미 관계의 사이에서 해법을 어떻게 찾을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양측은 북한 정권에 관한 인식에선 동일하다. 로젠버거는 “불량 정권”으로 지칭했고 파레스는 “위험한 정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북 접근에선 클린턴은 ‘더 센 압박’을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는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비난하면서도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게 현재까지의 차이다. 클린턴 캠프의 주요 인사들은 북한에 관한 한 강경일색이다. “북한을 진지한 협상으로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압박을 극적으로 강화하는 것”(제이크 설리번), “북한의 내부 붕괴, 쿠데타 상황을 주변국이 조속히 협의해야 한다”(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 등 발언 수위가 만만치 않다. 로젠버거는 “클린턴은 북한이 압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협박하고 있다고 본다”며 “우리는 결코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파레스는 “(트럼프의 대화 발언은) 트럼프가 평양에 대해 미국이 가진 원칙을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대화할 수 있다고 했지 김정은을 만나겠다고 한 것이 아니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그럼에도 향후 대화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단 파레스는 “7월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트럼프의 정책이 완성되며 지금은 발전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혀 대선 후보로 공식 확정되면 트럼프의 대북관이 공화당의 보수적 인식에 더 수렴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기 위한 대중국 전략에서도 클린턴과 트럼프는 다르다. 클린턴은 아태 재균형 정책을 지지하며 중국 견제를 분명히 했지만 북한 다루기에선 중국을 협력 상대로 인식한다. 오바마 정부와 거의 비슷한 접근 방식이다. 로젠버거는 “클린턴은 (한국·일본 등) 동맹국뿐 아니라 러시아·중국 등과 함께 최강의 대북제재를 하기 위해 협력했다”고 답변했다. 반면 파레스는 트럼프가 그간 주장해온 중국 압박론을 재강조하며 “트럼프가 중국 지도자들과 마주 앉으면 사진 찍는 자리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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