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객 500만명 시대 눈앞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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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토 남단의 섬 제주가 '사스'여파에 따른 관광 활황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말 사상 최대였던 4백51만 관광객에서 연말 4백80만 목표치를 충분히 넘길 것이란 장밋빛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내친 김에 제주도는 사상 첫 5백만 관광객 시대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제주관광의 전환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잘 나갈 때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스' 덕보는 제주=제주도 관광협회는 올들어 지난 6월말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을 2백40만1천4백여명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가 증가한 수치다.

3월부터 시작된 '사스'여파로 해외여행을 기피하는 추세가 나타나면서 한마디로 제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신혼여행과 피서시즌의 사이에 있는 6월은 전통적인 여행 비수기 였지만 올해는 지난 해보다 40%나 늘어난 37만3천5백여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사상 최고치였던 4백51만명의 관광객이 찾았던 제주도는 올해 관광객 유치목표를 4백80만명으로 잡았지만 이제는 '사스'효과에 힘입어 내심 관광객 5백만명 시대를 기대하고 있다.

오승언(吳承彦)제주도 관광진흥과장은 "최근의 추이로 보면 국제자유도시 완성연도인 2011년 유치목표인 9백92만 관광시대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인기, 지속될까=인기는 연중 최대 성수기인 올 여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콘도와 펜션 등 고급민박의 예약이 어렵고, 항공기도 예약난에 허덕이는 상황. 또 최근의 가족여행 추세를 반영하듯 렌터카 예약도 쇄도하고 있다. 7월 중.하순 렌터카 가동율이 회사마다 50~80%를 기록, "피서철 피크시즌인 이달 하순과 내달 초에는 렌터카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스'여파가 수그러 들면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는 것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 특히 일본관광객의 제주수요 증가율은 더디다는 게 제주도내 관광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전남도 교육청이 최근 일본 효고(兵庫)현 수학여행단을 유치했는가 하면 전주시도 오는 25일 이시카와(石川)현 주민을 전세기로 유치하는 등 지자체간 관광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변신, 지금이 기회다=이같은 우려속에 학계는 제주관광 문제에 대한 총괄적 전문기구의 구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관광객의 양적 증가에 걸맞는 관광서비스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전문기구가 필요하다는 것. 외국인뿐 아니라 90%이상을 점유하는 내국인관광객에 대한 체계적 관광홍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란 주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말 제주관광학회 등 학계는 제주도에 '제주관광공사'(가칭)나 재단법인 형태의 '제주관광진흥원'의 설립을 제안했다. 이미 경기도가 지난해 경기관광공사를 설립하는 등 잇따라 자치단체의 관광전문조직이 만들어지고 있는 마당에 '한국관광 1번지'인 제주도가 오히려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재호(宋在祜.관광정책학)제주대 교수는 "관광객 5백만시대 등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는 국제관광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고품질 관광지의 차별성을 갖추고 있느냐"라며 "양적인 성장보다 제주의 관광산업이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정책추진과 전문기구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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