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미각문화의 중심은 역시 간장에 있다. 일본인의 식탁이 점차 서양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간장의 사용 빈도는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간장의 맛뿐만 아니라 그 독특한 향기가 요리 솜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소비자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간장은 역시 양조간장이다. 콩과 밀로 누룩을 만들어 8개월동안 충분히 발효·숙성시킨 양조간장만이 제맛을 나타낸다.
<서구화돼도 사용늘어>
일본에서 판매되고 있는 간장은 ⓛ양조간장(발효·숙성기간 보통 8개월) ②신식양조간장(숙성기간을 1∼3개월로 단축시킨것·한국 내에선 혼합간장) ③화학간장 (아미노산액 혼합방식에 의한 것) 등 세종류가 있다.
작년 한햇동안 일본에서 소비된 간강가운데 양조간장은 전체의 70%를 차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으며 신식양조간장이 24%, 화학간장이 6%다.
한국의 간장소비량이 양조간장 20%, 혼합간장55%, 화학간장 25%정도 (장유공업협동조합추계) 인 것과 비교하면 일본에선 화학간장의 소비량이 아주 적은 셈이다.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양조간장만이 만들어졌으나 패전후원재료와 시설부족등으로 일제히 신식양조간장이나 화학간장을 만들어 수요를 메워 왔다.
신식양조간장을 제조할 때는 식품용 합성염산과 소다회를 사용하며, 화학간장 제조때는 아미노산액을 혼합한다.
그러나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제맛을 내는 양조간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며 이에 맞추어 기꼬만등 5대 메이커들은 공장을 양조간장 생산체제로 완전 전환시켰다. 대메이커들은 화학간장을 안만든다는 얘기다.
동경도내의 백화점이나 슈퍼마키트에는 사실상 화학간장이 자취를 감추었으나 도심과 멀리 떨어진 지방에서는 화학간장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화학간장이 양조간장보다 값이 훨씬 싼탓도 있지만 오래전부터 화학간장에 맛들여져 일부 소비자들이 계속 이를 선택하고 있다.
<유해물질검사는 엄격>
양조간장이건 화학간장이건 일본 소비자들이 마음놓고 골라먹을수 있는 것은 장유검사협회등 관계기관이 유해물질 함유 여부를 엄격히 체크하고 있으며 정부가 각 생산업체에 대해 품질표시를 분명히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모든 간장에는 ⓛ품명(양조 또는 신식양조·아미노산액혼합여부등) ②원료(콩·밀·소금·식염·알콜·인공감미료등 구체적으로) ③내용량(ℓ) ④제조연월일 ⑥제조자가 표시되어 있다.
만약 이러한 표시를 어길 경우 해당기업체 책임자는 관계법(농림물자의 규격화및 품질표시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이하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게되며 그같은 사유를 반드시 신문에 공고, 모든 소비자들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다.
<선전문구 사용도 제한>
특히 정부는 지난 80년에 관계규정을 더욱 강화, 천연양조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간장 이외에는 「천연」 또는 「자연」이라는 단어를 일체 표시하지 못하게 했으며 이밖에 「순」 「생」등 순수하다는 의미를 가진 낱말이나 「식염분이 적음」 「특선」등의 용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현재 생산·판매되고 있는 간장은 색깔이 짙은 것과 엷은 것등 5종류에 세가지 생산방식(양조·신식양조·아미노산액 혼합)으로 3등급(특선·상급·표준)으로 나뉘어 만들어지고 있으며 상품마다 독자적인 표시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꼬만 간장의 84년도 총매상액은 8백30억엔 (3천70억원)에 달했다.
가격자유화 정책으로 소비자가격은 지역·등급·종류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으나 기꼬만의 평균 소매가격은 1ℓ에 약2백90엔 (1천70원)이다 (한국의 샘표·몽고간장의 소비자가격은 1ℓ에 5백∼6백원).
<환자용 특수간장까지>
한편 고혈압 환자나 법원용의 식염성분이 적은 양조간장도 따로 판매되고 있다.
「사에끼」(좌백정수)일본장유검사협회 상무는『현재 일본내 간장메이커는 모두 2천6백97개로 이가운데 5대메이커는 양조간장만을 생산하고 있다.
중소기업체들은 「아미노산액혼합방식」에 의한 이른바 화학간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거기에 유해물질이 포함되는 일이 없도록 엄밀한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간장이 지난 70년 미국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70년에는 기꼬만 간장이 미국에 공장을 건설, 생산을 개시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일본간장이 미국인식탁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끊임없는 발효기술 개발과 양조간장의 독특한 맛·색깔을 지켜온 때문이다.
【동경=최 철 주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