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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상 최저 금리,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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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1년 만에 연 1.5%에서 1.25%로 0.25%포인트를 내렸다. 사상 최저다.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에 들어섰다. 시장에선 예상하지 못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리 (시장과) 소통하고 싶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한은의 결단에는 몇 가지 요인이 맞물렸다. 첫째 타이밍, 미국이 금리 인상 시기를 9월 이후로 늦출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으로선 호흡을 조절할 시간 여유를 가지게 됐다. 둘째 경기 상황, 재정을 상반기에 몰아 쓰다 보니 하반기엔 재정 절벽 우려가 나온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가뜩이나 체력이 떨어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금리 인하가 재정의 역할을 뒷받침해 줄 유력한 응원군이 될 수 있다. 셋째 금융통화위원회에 비둘기파 위원들이 대거 자리했다. 정부와 호흡을 맞춰 경제 살리기에 힘을 실어 주자는 논의가 자연스레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금리를 손대는 것은 늘 양면성이 있다. 소비·투자가 살아나고 재정 부담을 덜어 주길 기대하지만 다른 한쪽엔 가계부채와 자본 유출의 부작용이 도사리고 있다. 게다가 고령화와 초저금리가 맞물려 금리 인하의 약발이 잘 듣지 않는다는 구조적 고민까지 겹쳐 있다. 계속 늘고 있는 가계부채에 불을 더 지필까 걱정도 크다. 한은은 “조절 가능하다”는 쪽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정부가 10년 동안 앵무새처럼 그런 얘기를 했는데, 가계 빚은 두 배로 늘어 지금은 1200조원이 넘는다. 환율도 정교한 미세 조정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미국의 눈초리가 사나워지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재무장관이 직접 한은 총재를 찾았겠나. 금리로 환율을 움직인다는 인상을 줘선 안 된다.

종합적으로 보면 시장의 평가는 부정보다는 긍정적이다. 부작용보다 효과가 크다면 항암제라도 쓸 수 있는 것이다. 중앙은행과 정부가 한 박자로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는 것만 해도 큰 위안이다. 더 이상 인하 여력도 없다. 사즉생의 각오로 정부·기업·가계가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