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잇단 등산로 흉악범죄, 방치하지 말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달 29일 서울 상계동 수락산 등산로에서 60대 여성 등산객이 흉기로 살해된 지 불과 열흘 만인 지난 8일 경기도 의정부 사패산에서 50대 여성 등산객이 또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50대 피해자는 전신 타박상을 입고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이 나와 등산로 주변에서 백주에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세한 내용은 추가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분명한 것은 수많은 사람이 건강·레저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는 등산로에서 끔찍한 범죄가 연이어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등산로에서 흉악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우려된다. 지난 4월에는 광주 어등산 등산로에서 운동기구에 누워 운동 중이던 60대 등산객이 김모(49)씨에게 살해됐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경남 창원 무학산에서 혼자 하산하던 50대 여성이 성폭행을 시도하던 정모(47)씨에게 목숨을 잃기도 했다. 대중이 이용하는 등산로가 흉악 범죄에 무방비 상태임을 보여준다. 특히 방어능력이 떨어지는 여성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공동체 생활공간에 해당하는 등산로를 주민들이 안심하고 다니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본격적인 ‘위험사회’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등산로는 치안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숲이 우거져 여름에는 한낮에도 어두컴컴한 데다 휴대전화도 잘 터지지 않는 곳이 적지 않다. 범죄 예방·감시에 필수적인 폐쇄회로TV(CCTV)·비상전화·가로등도 충분하지 않다. 등산로의 특성상 주변에 인가도 드물다. 그런데도 요즘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라이프스타일이 개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나 홀로 산행’에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혼자서도 안심하고 등산로를 거닐 수 있도록 치안 당국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범죄 예방·감시에 필요한 인프라를 설치하고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관련 지방자치단체도 주민 안전을 지킬 자체 활동을 펼칠 필요가 있다. 통신사는 고객안전과 공익 기여 차원에서 등산로의 이동통신 인프라를 강화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