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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사패산 등산 중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 돗자리서 남성 음모 발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8일 사패산에서 하의가 일부 벗겨져 숨진 채 발견된 50대 여성이 살해된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의정부경찰서는 9일 부검 결과, 팔ㆍ다리ㆍ몸통 등 전신에 외부의 힘에 의한 타박상 있고, 머리에 외부 충격에 인한 손상(지주막하출혈)과 경부압박(목 졸림)이 병행되면서 질식사 한 것으로 보인다는 1차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또 둔기가 아닌 손 또는 발로 맞아 머리가 손상된 상태에서 목이 졸려 숨졌을 가능성이 크며, 성폭행 흔적은 부검 상으로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소견이 나왔다.  경찰은 신용카드가 든 지갑이 없어진 점 등으로 미뤄 강도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성폭행 미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남성의 체모 5가닥을 발견, 이중 돗자리에서 발견된 음모 한 가닥에서 DNA를 확보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범인이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체모에서 확보한 DNA를 대조할 용의자를 특정한 상태는 아니다”며 “현재 국과수가 보관하고 있는 살인과 강간 등 주요 11개 범죄 전과자의 DNA 중에도 일치자는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다만 이 체모가 원래 돗자리에 있었던 것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8일 오전 7시7분쯤 의정부시 사패산 8부 능선 호암사 100m 뒤편에서 의정부에 사는 정모(55ㆍ여)씨가 숨진 채 한 등산객에 의해 발견됐다. 이곳은 의정부예술의전당 방면 등산로 입구에서 800m가량 올라간 지점이다.

발견 당시 정씨는 바위 위 은박지로 된 돗자리에 신발을 신은 채 엎드려 숨진 상태였다. 또 하의가 엉덩이 부근까지 약간 벗겨져 있었다. 주변에는 막걸리와 김치ㆍ과자 등 먹다 남은 음식물이 있었다.

주변 폐쇄회로TV(CCTV) 분석 결과 정씨는 전날인 7일 낮 12시27분쯤 의정부역 부근 마트에서 신용카드로 혼자 음식물을 구입했다. 또 22분 뒤인 낮 12시49분쯤 등산가방을 멘 채 예술의전당 방면 등산로 입구에서 혼자 산으로 향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수사 결과 정씨는 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기 17분 전 쯤 사패산 산행을 약속한 의정부에 사는 친척과 만났으나, 친척에게 사정이 생겨 동행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등산에 나선 지 약 1시간 만인 지난 7일 오후 1시57분쯤 친척으로부터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아 “산에서 혼자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올라 와라”고 말했다. 이어 오후 2시30분쯤 이 친척이 ‘미안하다. 못가게 됐다’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자를 보냈지만 정씨는 답이 없었다.

이 친척이 오후 3시10분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정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경찰은 이에 따라 정씨가 문자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고, 전화를 받지 않던 사이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박원식 의정부경찰서 형사과장은 “광역 수사대와 전문 수사인력 등 54명으로 전담 수사반을 편성했다”며 “원한 및 금전 관계에서부터 정신이상자ㆍ우범자ㆍ동종 전과자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의정부=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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