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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vs 트럼프 승부처는 쇠락한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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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며 11월 8일 대선을 향한 5개월 동안의 ‘클린턴·트럼프 전쟁’의 막이 올랐다.

2012년 대선서 민주당이 이긴 지역
최근 트럼프 “보호무역” 주장 먹혀

클린턴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오차범위 이내 격전을 벌이고 있다. NBC방송의 5월 30일~6월 5일 여론조사에선 양자 대결 시 48% 대 44%로 클린턴이 앞섰다. 그러나 게리 존슨 자유당 대선 후보와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를 함께 넣어 조사한 결과에선 트럼프가 40%로 클린턴(39%)을 앞섰다. 지지율만 놓고 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셈이다.

다만 미국 대선 특성상 단순 지지율이 아닌 50개 주와 워싱턴DC에 배정된 538명의 선거인단 중 누가 과반(270명)을 차지하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 각 주에서 승리하면 해당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독식하기 때문에 총 득표에서는 뒤져도 선거인단 수에선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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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별 투표 성향과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클린턴이 다소 유리하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민주당 주’로 분류되는 곳은 캘리포니아(55명)·뉴욕(29명)·뉴저지(14명) 등 17개 주 201명이다. 반면 ‘공화당 주’로 분류되는 주는 텍사스(38명)·인디애나(11명)·미주리(10명) 등 21곳이나 선거인단 수가 164명으로 민주당에 뒤진다.

또 확정까지는 아니지만 과거 투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주는 미시간(16명)·펜실베이니아(20명), ‘공화당 성향’은 애리조나(11명)·조지아(16명)다. 단순 분석하면 클린턴이 ‘민주당 주’ 201명, ‘민주당 성향 주’ 36명을 합한 237명에 경합 주(9개 주 110명) 중 30%인 33명만 차지해도 ‘매직넘버’인 270명을 얻을 수 있다. 공화당에 비해 유리한 구도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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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CNN의 분석은 다르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라고 하는 기존 판도를 획기적으로 뒤집는 후보의 출현으로 경합 주가 아닌 ‘민주당 성향 주’ ‘공화당 성향 주’가 상대방으로 넘어가는 이변이 일어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선거분석 전문가인 존 킹은 2012년 버락 오바마가 밋 롬니에게 거둔 승리(332대 206)를 토대로 이번 대선의 향배를 예측했다.

그에 따르면 최대 초점은 그동안 민주당이 강세를 보인 미시간·펜실베이니아·오하이오로 이어지는 ‘러스트 벨트(rust belt, 쇠락한 공업지역)’ 3개 주와 트럼프의 ‘제2의 고향’인 플로리다주의 향배다.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는 민주당이 1992년부터 2012년까지 과거 6번의 대선에서 모두 이겼고, 오하이오는 민주당이 4번 이겼던 곳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보호무역을 기치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백인 노동자층에 크게 먹히면서 경합지역으로 부상했다. 지난달 CNN 여론조사에서 “누가 경제 문제를 잘 다룰 것 같은가”란 질문에 ‘러스트 벨트 3개 주’는 트럼프 59% 대 클린턴 34%로 트럼프 지지가 우세했다.

역대 6번 선거에서 3대 3이었던 플로리다주의 경우 히스패닉 유권자가 많아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크게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 5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45%)가 클린턴(44%)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① 클린턴 “미국서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 깼다”
② “트럼프는 자극적 선동 멈춰라” “클린턴은 인간미를 보여라”



CNN은 이들 4개 주 중 펜실베이니아를 트럼프가 잃고 3개 주를 차지할 경우 양자가 269대 269의 동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대통령은 하원이, 부통령은 상원이 뽑는 초유의 사태가 생길 수 있다. 현재 상·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트럼프가 유리한 상황이다.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도 석권할 경우 트럼프가 289대 249로 승자가 될 것이라고 CNN은 덧붙였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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