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주식시장 거래시간 왜 늘리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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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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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Q.  얼마 전 주식시장 거래 시간이 8월부터 30분 늘어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거래 시간을 늘리는 건 증권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던데. 왜 시간을 늘리는지 궁금합니다.

주식 사고 팔 기회 더 주고 해외와 동시 거래시간 늘리려는 거죠

A.  틴틴 여러분. 주식 거래를 알려면 주식이 무엇인지 공부해야겠죠? 틴틴 여러분이 잘 먹는 피자를 예로 들어볼게요. 8조각인 피자 한 판을 4명의 친구가 똑같이 돈을 내 샀다고 해 봅시다. 이 친구들은 각각 2조각을 먹을 권리가 있겠죠. 피자 한 판 중 25%의 권리가 있는 겁니다.

거래액 하루 최대 6800억 증가 예상
증시에 활기 불어넣는 효과 기대
시간 연장보다 기업가치 더 중요
“한 달 만에 효과 끝날 것” 전망도

주식도 이와 비슷합니다. 회사 중엔 피자와 달리 가격이 너무 비싸 한 사람이 돈을 들여 사기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가치를 여러 개로 쪼개어 가집니다. 이런 기업을 주식회사라고 부르고 여러 개로 나눈 회사의 가치를 주식이라고 합니다. 주식을 사고 파는 것이 바로 주식 거래(또는 증권 거래) 입니다. 주식을 사면 회사의 ‘주주’가 되고 가진 주식 수만큼 권리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주식도 일반 물건처럼 가격이 있습니다. 바로 주가(주식 가격)입니다. 보통 주식 1주의 가격을 말하죠. 주가는 기업 가치가 높아지면 올라가고 그렇지 않으면 내려갑니다. 여러분은 주위 어른들이 주식에 투자해 돈을 벌었다는 말을 하는 걸 들어봤을 거에요. 이는 주식을 싸게 사 비싼 값에 팔았다는 걸 말합니다. 시장에서 사과를 1만원에 산 뒤 사과값이 올라 1만1000원에 팔면 1000원의 이익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120만원에 샀는데 130만원이 될 때 팔면 10만원의 이익이 나는 거죠. 반대로 120만원에 산 주식의 가격이 100만원일 때 팔면 2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됩니다.

주식 거래는 정해진 곳에서만 가능합니다. 한국에서는 한국거래소가 관장하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주식을 상장한 뒤 거래해야 합니다. 수퍼마켓이나 백화점 영업시간이 정해진 것처럼 주식 거래도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지금은 평일 오전 9시~오후 3시에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8월 1일부터는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으로 바뀝니다. 총 거래시간이 6시간에서 6시간 30분으로 늘어나는 거죠.

한국 증권시장 거래 시간은 처음 시작된 1956년엔 총 4시간이었습니다. 오전 9시 30분~11시 30분에 거래를 한 뒤 점심시간 2시간 동안 휴장하고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거래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며 점점 시간이 늘어났고, 2000년 5월에 점심시간 휴장을 폐지한 뒤 오전 9시~오후 3시(6시간)의 체제를 지금까지 유지해왔습니다. 이는 중국(4시간)이나 일본(5시간) 증시의 거래시간보다는 깁니다. 그러나 싱가포르(8시간)나 영국·프랑스(8시간 30분), 미국(6시간30분)보단 짧습니다.

거래소가 주식 거래 시간을 늘리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동안 침체됐던 국내 증권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주식 거래 시간이 길어지면 주식을 사고 파는 횟수와 돈의 액수(거래대금)가 늘어날 걸로 기대하기 때문이죠. 보통 마감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거래가 집중되기 때문에 종료 시점을 30분 늦추면 거래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거래소 측이 추정한 바에 따르면 거래 시간이 30분 연장되면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최소 2600억에서 최대 68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1년 전체 거래대금은 최대 180조원 이상 늘어날 수 있습니다. 거래소는 오랫동안 1800~2000선에 머물러 있던 코스피 지수도 상승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코스피 지수는 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의 전체 주가를 평가하는 지수입니다. 거래가 잦다 보면 가치있는 기업들의 주가가 올라 코스피 지수가 상승할 거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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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국내 증시와 관계가 가까워지는 중국·홍콩 증권시장과 동시 거래 시간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중국과 홍콩은 한국보다 시간이 1시간 느립니다. 중국 증시는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 홍콩은 오후 5시에 마감합니다. 이로 인해 거래를 마친 뒤 중국·홍콩에서 발생하는 경제 상황이 한국 증시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거래시간이 30분 길어지면 중국·홍콩 증시와 겹치는 거래시간도 늘어 중국의 경제 상황이 반영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여기에 중국 증시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상품의 거래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외환 거래 시간을 늘려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더 많이 투자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8월부터 주식 거래시간이 바뀌는 것과 함께 한국 원화를 외국 돈과 교환하는 외환 시장 거래시간도 증권시장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으로 변경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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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중 기자들과 만나 “한국 주식시장의 주요 참가자가 외국인이므로 주식시장 개장 시간이 연장되면 외환시장의 거래 시간도 함께 늘리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게 하려는 정부의 의지도 담겨 있습니다. MSCI는 한국이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외국인 투자자가 보다 편리하게 한국에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MSCI는 외환 거래 시간을 지금보다 연장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시간이 길어진다고 한국 증권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거래량이 늘면서 주가가 오를 수 있겠지만 기업의 실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근본적으로 좋아지지 않는다면 거래량과 주가는 시간이 지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란 거죠.

다른 나라에서 그런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10~2011년 홍콩·싱가포르·인도 등이 거래시간을 55~90분 연장했지만 연장을 시작한 첫 달에만 거래대금이 평균 34% 증가했을 뿐입니다. 중장기적으론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어떤 상점이든 장사가 잘 되려면 영업시간이 길어지는 것보다 물건 품질이 좋은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증권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거래 시간보다 기업 가치가 좋아져 주가가 올라야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제 주식 거래가 무엇이고 왜 거래시간을 연장하려는지 이해되시나요. 주식은 틴틴 여러분이 성인이 됐을 때에는 더 관심을 가져야할 투자 방법이에요.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은행에 돈을 저축하는 방법만으론 이자율이 낮아 재산을 불리기 쉽지 않거든요. 지금부터 주식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 방법을 공부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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