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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범죄 vs 증오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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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연구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는 ①범죄의 동기를 알기 어렵거나 뚜렷하지 않고 ②피해자와 범죄자가 비면식의 관계이며 ③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함을 요건으로 한다. 이번 범죄가 ‘묻지마 대 혐오’로 성격 규정이 갈렸던 것은 첫 번째 요건인 범죄의 동기에 대한 관점 차이에서 비롯된다. ‘여성이라서’ 죽였다는 발언을 기준으로 보면 증오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조현병 증상 악화와 피해망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정상적 판단 불능으로 묻지마 범죄가 된다. ‘범행 시점에’ 그의 정신적 상태가 어떠했는가는 이 범죄의 성격 규정뿐 아니라 그의 형량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한 두 개념은 피해자 선택 기준과 범위에서도 갈린다. 묻지마 범죄의 피해자는 임의로 선택되며 피해자의 범위도 추상적이다. 반면 증오범죄는 피해자가 증오하는 대상 집단 안에서 선택되며 범위도 구체적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여성을 선택한 이유가 일반적인 약자에 대한 공격이라면 묻지마 범죄에 해당하지만, 증오의 감정을 표출할 대상으로 여성을 공격한 것이라면 증오범죄에 해당한다. 이 점은 향후 예방 대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