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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원순 시장은 ‘메피아’ 책임지고 뿌리 뽑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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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가 서울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메트로 퇴직자 채용을 의무화하는 계약서상 특혜 조항을 삭제하는 등 ‘메피아(메트로+마피아)’ 척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어제 기자브리핑에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140만원 월급 중 100만원을 저축하며 기관사의 꿈을 꾸던 청년의 꿈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고인과 유가족, 시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사고 경위와 원인을 밝히기 위해 민관 합동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회가 7월까지 진상 규명 결과를 밝히면 서울시는 전관채용(메피아) 철폐 방안과 외주에 대한 대안 등을 제시할 계획이다.

구의역 사고의 근본 원인은 위험의 외주화와 원청-하청의 부패 고리에 있다.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수리 등 위험한 업무를 하청업체로 돌렸고, 그 하청업체 자리들을 퇴직자들이 꿰차고 앉았다. 하청업체 내부에서도 메트로 퇴직자 출신-신규 채용자 간의 불합리한 차등 보수 체계로 착취 구조를 재생산했다. 19세 청년이 저임금 중노동 속에 숨져야 했던 이유도 이러한 먹이사슬에 있다. 메트로와 업체의 유착 관계는 진상규명위 조사와 경찰 수사를 통해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문제는 박 시장이 잇따른 지하철 사고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고, 사고 후에도 수습과 대책 마련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가 시장에 취임한 뒤 서울메트로 사장·감사·사외이사에 노조·정치인 등 비전문가들이 임명되면서 ‘낙하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이 메피아 관행을 유지시켜 온 한 원인이란 지적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그 점에서 박 시장이 메피아에 대해 “자세히 몰랐다. 중앙정부의 경영합리화에 따른 인원 감축 정책 속에서 탄생했다”고 말한 것은 온당치 않다.

박 시장은 4·13 총선 후 대선 행보로 비치는 정치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서울 시정이 흔들리면 그의 미래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 시민들은 “특권과 관행을 끊겠다”는 그의 다짐이 과연 지켜질지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