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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브라운 우버 아시아지역 총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시장을 창조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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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브라운 우버 아시아지역 총괄.

우버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이다. 단순히 기업가치(지난해 기준 680억 달러, 약 81조원)가 최고여서는 아니다. 실리콘밸리엔 실체 없이 몸값이 부풀려진 회사가 많다. 우버는 다르다. 2010년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서비스를 선보인 후 불과 5년 사이에 세계 451개 도시에 진출했다. 이 기간 10억 명이 우버의 차량 공유 서비스나 택시 중개 서비스를 이용했다.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36억 달러(약 4조3000억원). 몸값에 비해 미미하지만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불법 논란에 서비스 출시·철수 거듭
노약자·장애인 위한 ‘우버 어시스트’로 재도전

그런 우버가 한국에선 영 기를 못 펴고 있다. 서비스를 내놓는 족족 규제에 가로막히거나 경쟁에 밀려났다. 2013년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 엑스’를 출시했지만 불법 논란에 시달렸다. 서울시가 ‘우버 영업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우파라치’ 제도까지 내놓으며 강경하게 나서자 결국 백기를 들고 철수했다. 같은 해 리무진형 렌터카를 고급 택시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우버 블랙’도 선보였다. 하지만 역시 불법 논란에 장애인·노인·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축소했다. 2014년엔 택시기사와 승객을 연결하는 ‘우버 택시’를 내놨다. 이번엔 경쟁 서비스 ‘카카오 택시’에 밀렸다. 우버를 사용하는 택시 기사도, 승객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서비스는 유명무실하다.

한국서 세 번 넘어진 우버는 또 일어났다. 고급 택시를 허용하는 교통법이 통과되면서 올 초 개인 택시 사업자들과 손잡고 재개한 ‘우버 블랙’ 서비스다. 최근엔 장애인·임산부·노약자 등에 특화된 서비스를 하는 ‘우버 어시스트’를 결합해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수익을 내긴커녕 여론의 뭇매만 맞고 있는 한국 시장에 왜 끊임없이 도전하는 걸까. 마이크 브라운 우버 아시아지역 총괄은 5월 25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와 만나 “우버가 한국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규제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처음엔 좀 그랬지만 지금은 100% 한국의 규정을 준수하며(우버 블랙) 사업을 하고 있다. 물론 우리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대표 상품인 ‘우버 엑스(택시가 아닌 자가용을 이용한 차량 공유 서비스)’ 서비스를 펼치진 못하고 있다. 아직 한국 규제의 틀이 새로운 기술의 변화를 따라오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한국 정부와 협의해서 필요하다면 새 규제를 도입하고, 기존 규제를 개혁하는 방향으로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규제가 심한 편인가.

“한국의 규제는 좀 독특하다. 우버로서는 매우 힘든 부분이다. 다른 나라의 규제 당국도 처음부터 우버를 허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들은 ‘우버 서비스가 승객들에게 충분히 안전한가’를 많이 신경 쓴다. 나는 그런 규제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우버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바로 안전이다. 우리는 다양한 안전 보장 장치를 마련했다. 세계 모든 우버 운전자들은 신원 조회를 받는다. 그리고 우리는 얼굴과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운전대를 잡은 이가 우리가 신원을 확인한 그 사람이 맞는지를 확인한다. 평소 운전 습관을 휴대전화 앱으로 분석해 너무 난폭하게 운전하는 이들에게 경고를 준다. 승객의 기사 평가도 고려해 평가가 나쁜 이들은 손님을 태울 수 없게 한다. 이런 장치들을 설명하면 많은 정부가 우버의 서비스를 허용해준다.”

한국 정부의 규제는 왜 독특하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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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보다 다른 데 초점이 가 있는 것 같다. 우버 블랙의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선 고급 택시 사업을 하려면 차량의 엔진 크기는 최소 2.8리터가 돼야 한다거나, 기본 운임은 8000원으로 정해야 한다는 식의 규제를 받는다. 그런 문제는 시장에서 결정해도 될 부분이다. 한국 정부와 지속적으로 대화해 나갈 생각이다.”

우버가 도입됐을 때 국내에선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이 큰 이슈였다. 미국서도 실제로 우버 도입 이후 택시 승객이 30% 감소했다는 통계가 있다.

“그 숫자를 정확히 보진 못했지만, 이런 점도 감안해야 한다. 미국선 많은 택시 기사가 택시를 그만 두고 우버 영업을 하고 있다. 언제 일할지, 어디서 일할지를 자신이 정할 수 있고 승객을 기다리는 시간도 덜 들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존 산업이 쪼그라든다고 말하기는 어렵단 얘기다. 우버를 통해 돈을 버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싶다. 누군가는 우버로 결혼 자금을 마련하고, 누군가는 등록금을 낸다. 훈련하는 틈틈이 우버로 돈을 버는 운동 선수도 있다. 우리가 만든 시장은 택시 시장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다. 우리는 완전히 다른 시장을 창조했다.”

한국 시장에서 이렇게 고전하면서도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뭔가.

“우리는 정말로 우리가 하는 일에 확신이 있다. 우리 기술이 정말로 사람들을 돕고, 도시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한국 사회도 더 좋은 쪽으로 바뀔 거다.”

마이크 브라운 총괄의 이력은 화려하다.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맥킨지 컨설팅 출신으로 페이스북·트위터를 거쳐 우버에 합류했다.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세 기업에 다녔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우버의 기업 문화를 비교한다면.

“비슷한 점이 더 많다. 내가 세 기업을 다니며 느낀 건 창업자가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단 거다. 페이스북과 우버는 알다시피 지금도 창업자가 경영을 맡고 있다. 트위터의 경우, 지금은 창업자 잭 도시가 경영에 복귀했지만, 내가 일할 땐 그가 회사를 떠난 상태였다. 구글이나 테슬라 같은 다른 성공적인 기술 기업에서도 그렇지만, 비전을 가진 창업자가 기업 가치와 문화를 정의하고 기업이 나갈 방향을 더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 같다. 비슷한 점은 또 있다. 수평적인 조직 구조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수직 체계를 좋은 가치로 보지 않는다. 좋은 아이디어를 가장 높은 사람이 낼 필요가 없다. 막 입사한 직원이나 변방에서 일하는 직원이 내는 아이디어라고 무시하지도 않는다. 아이디어를 내는 걸 늘 독려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페이스북과 우버는 아직 원래의 목표(goal)에 1% 밖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만큼 목표가 원대하다는 얘기다.”

우버의 목표가 뭔가.

“외부인들이 기업의 성공을 측정할 땐 주식시장에서의 가치나 외부 투자자들의 평가를 신경 쓰지만, 우버에서는 그런 게 성공의 잣대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은, 교통이 물이 흘러가듯이 이음새 없이 흘러가는 상태다. 미래의 도시를 그려보자. 우리는 미래의 도시가 지금과 매우 다른 모습일 거라 믿는다. 길거리엔 자동차가 지금보다 훨씬 적고, 교통은 덜 막히고, 주차장도 적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스마트폰만 들면 1, 2분 만에 자동차가 도착할 테니 자동차를 살 필요가 없어질거다. 도착한 차엔 운전자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을 거다. 다른 승객이 있을 수도 있고, 아무도 없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사람들은 안전하고 조용하고 매우 저렴하게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이다. 자동차를 사는 것보다 우버를 통해 자동차를 나눠 타는 게 더 싸고 안전한 세상. 이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우버의 목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브라운 총괄은 주로 기업 인수·합병(M&A) 작업을 담당했다. 2013년 우버에 합류하며 일의 종류가 확 바뀌었다.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았고 지난해 10월부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북아시아 지역까지 맡게 됐다. 새 시장에서 우버를 확장한다는 건 ‘규제와의 싸움’과 동의어다. 끊임없이 정부를 설득하고, 필요할 땐 법 개정을 유도해야 한다. “기업을 M&A 하는 일이 더 힘드냐, 정부와 대화하는 게 더 힘드냐”고 묻자 그는 웃었다. “정부와 얘기할 땐 우리가 대화를 주도할 수 없다. 여론 조성도 해야 하고 우리의 입장도 설명해야 하는데다, 이해 당사자도 너무 많다. 이해 당사자들이 다 합의에 도달해야 법이 바뀐다. M&A는 내가 돈이 있으면 선택권이 있다. 돈을 덜 쓸지 더 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면 되니까.” 정부와의 대화가 훨씬 힘들다는 얘기다. 이런 고충 때문일까. 그는 인터뷰 중간 중간 사명(mission)이라는 단어를 많이썼다. 사명감을 갖지 않고선 힘든 순간을 돌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해달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도 같은 답을 내놨다. “회사를 창업하는 건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한 가지 기억할 건 오늘날 위대한 기업들도 예전엔 다 스타트업이었단 사실이다. 스타트업을 만든단 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일이다.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 중에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처음엔 당신을 무시하고, 다음엔 당신을 비웃고, 다음엔 당신과 싸우겠지만, 그 다음엔 당신이 이길 것이다(First they ignore you, then they laugh at you, then they fight you, then you win). 창업도 마찬가지다. 기업가가 처음에 어떤 사업을 한다고 하면 모든 사람이 ‘그런 게 왜 필요해. 웃겨. 잘못된 생각이야’ 라고 말한다. 사명감을 갖고 사람들을 설득시킨다면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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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브라운 우버 아시아지역 총괄(맨 왼쪽)이 5월 24일 서울 광화문에서 노약자·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인 ‘우버 어시스트’를 시연해보이고 있다.

사명감이 기술보다 더 중요한가.

“둘 다 중요하다. 하지만 사명감 없이는 하는 일이 너무 힘들게 느껴질 거다. 우리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깊은 확신을 갖고 있다. 다행인 점은, 정말 많은 도시에서 우리의 확신이 옳았음이 입증되고 있다는 것이다.”

-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마이크 브라운 - 예일대에서 경제학과 동아시아학을 전공하고 스탠포드대 경영 대학원(MBA)을 졸업했다. 1998년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고, 벤처캐피털사인 파텍 인터내셔널(partech international)과 파운데이션 캐피털(Foundation Capital)에서 초기 단계 기술 기업의 투자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금을 유치하는 업무를 맡았다. 2009년 페이스북으로 자리를 옮겨 사업 개발 업무를 담당했고, 페이스북이 드롭(Drop.io)과 프렌드피드(FriendFeed) 등을 인수하는 데 참여했다. 2011~13년 트위터에서 근무하며 기업 인수와 해외 시장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2013년 우버에 합류했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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