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한국 외교장관 최초 쿠바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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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한국 외교장관으로선 처음으로 4일(현지시간) 쿠바를 방문한다.

외교부는 4일 “윤 장관은 쿠바에서 열리는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우리 측 수석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CS는 역내 협력 및 통합 촉진을 위해 1995년 설립됐으며, 정회원 25개국·준회원 5개국 및 6개 속령, 옵서버 21개국 및 9개 국제기구로 구성돼 있다. 한국은 98년 옵서버 국가로 가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의는 미국과 쿠바가 관계정상화 추진에 합의한 이후 쿠바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정상급 다자회의”라며 “ACS 측에서 참석을 요청했으며, 우리로선 미수교국인 쿠바에서 개최된다는 점 등을 감안해 윤 장관이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과의 미수교국은 쿠바, 시리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등 4개국이다.

정부는 윤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 및 프랑스 순방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4일 이전 행사에는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장관 대리 자격으로 참석하고 윤 장관은 ACS 정상세션이 열리는 4일 회의부터 참석하는 것으로 쿠바 측과 협의했다. 정부는 다자회의의 성격을 감안, 윤 장관이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 및 외교장관과 접촉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장관은 또 ACS 사무총장과 면담하고, ACS가 추진중인 카리브지역 기후변화 대응 및 지속가능개발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기여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번 윤 장관의 ACS 정상회의 참석은 지난해 박 대통령의 남미 4개국 순방 및 올 4월 멕시코 정상방문 등 정부의 대중남미 네트워크 외교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FEALAC), 라틴아메리카·카리브국가공동체(CELAC), 중미통합체제(SICA),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 등 중남미지역 주요 협의체와의 전략적 대화체제를 유지, 강화하며 연계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쿠바는 북한의 오랜 우방이란 점에서 정부는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채택 이후 제재의 충실한 이행 및 대북 압박을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전통적으로 오랜 우호관계를 이어온 동남아, 아프리카, 중동 지역 국가들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교가에선 윤 장관의 이번 쿠바 방문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ACS 정상회의는 기후변화와 지속가능개발을 핵심 의제로 다룬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이 기후변화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국이자, 지속가능개발 이행조치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의장국을 수임하고 있는 만큼 ACS와 글로벌 무대에서 협조할 공간이 크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36개국으로 구성된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FEALAC)의 동아시아 조정국 외교장관 자격으로 중남미지역 전·현 조정국인 코스타리카·과테말라 외교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중 한국이 주최할 예정인 ‘8차 FEALAC 외교장관회의’ 준비사항을 협의할 계획이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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