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드뉴스] 지난 일을 탓하지 말라? '우범자 딜레마' 빠진 경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기사 이미지

Our History 페이스북에 잠깐 오셔서 '좋아요'를 꾸욱 눌러주세요!

https://www.facebook.com/ourhistoryO

[Text O] 우범자 관리/ 지난 일을 탓하지 말라? '우범자 딜레마' 빠진 경찰

#1
‘소재 불명’ 강도살인 전과자
2016년 5월 29일, 수락산 등산로에서 60대 여성 등산객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61)씨. 김씨는 과거 경북에서 저지른 강도살인으로 구속돼 15년간 복역한 뒤 지난 1월 9일 출소했다. 그가 살던 곳은 신림동의 한 아파트. 이 지역을 관할하는 관악경찰서는 1월 7일, 교도소로부터 김씨가 출소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사진설명/ 용의자 김모씨

#2
하지만 관악서는 김씨의 주거지가 주민센터에 ‘불명’으로 등록된 것만 확인하고, 살인전과가 있는 김씨를 우범자로 등록하지 않았다. 2개월 뒤인 3월 7일, 김씨가 경기도 안산시 신길동으로 전출한 사실을 알았지만 이를 관할서인 안산단원경찰서로 통보하지도 않았다.

#3
관악서는 5월 16일, 경찰청에서 분기마다 실시하는 ‘우범자 특별집중관리 기간’이 되자 뒤늦게 김씨를 우범자로 편입시켰다. 김씨가 살인을 저지르기 2주 전이었다. 그 사이 극심한 생활고를 겪던 김씨는 안산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공원에서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노숙 기간 동안 물만 마시며 생활했다고 진술했다.
사진설명/ 용의자 김모씨

#4
경찰이 김씨를 놓치지 않고 '관리'했다면 살인을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우범자들에 대한 미흡한 관리가 무고한 피해자들을 만든 사례는 또 있다. 2015년 9월,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주모(35·여)씨를 납치해 끌고 다니다 살해한 뒤 차량 트렁크에 시신을 유기하고 자동차에 불을 지른 김일곤이 검거됐다.
사진설명/ 검거된 김일곤

#5
전과 22범인데도 우범자 관리대상에 없었다
‘트렁크 살인범’ 김일곤은 20세 때부터 28년 동안 특수절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22번의 범죄를 저지른 전과자였다. 2013년 3월 출소한 그는 2015년 5월, 서울 영등포에서 20대 남성 A씨와 다투다가 폭행 혐의로 벌금 50만원을 물자 A씨에게 복수를 결심했다. 8차례에 걸쳐 A씨가 일하는 노래방에 찾아갔던 김일곤.
사진설명/ 김일곤 수배전단

#6
몸싸움을 벌이고 흉기로 위협도 했지만 A씨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에 김일곤은 여성을 납치해 ‘노래방 도우미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며 A씨를 유인한 뒤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대형마트에서 일면식도 없던 여성을 납치했고, 이전에도 또 다른 여성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쳤던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경찰의 우범관리 명단에 김일곤은 없었다.
사진설명/ 현장검증하는 김일곤

#7
이번엔 교도소의 실수였다. 김씨가 절도죄로 복역 후 출소할 당시 교도소 측이 경찰에 출소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거 당시 그의 주머니에서는 그가 원한을 품고 있던 28명의 이름이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 또 다른 희생자가 나왔을 수도 있었다. 비난 여론이 일자 경찰은 우범자 관리등급을 조정하고, 소재 확인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1년 만에 또다시 발생한 전과자의 살인 사건.

#8
2011년 전체 범죄자 190만 7641명 가운데 전과가 있던 사람은 82만 8920명이다. 특히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의 경우에는 전과자의 비율이 49%에 달했다(2011년~2013년). 전과가 많을수록 재수감되는 사례가 늘면서 재범 방지 대책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사진설명/ 한 교도소(위에 파란 글씨 부분이 잘보이게 해주세요)

#9
우범자 관리 제도는 교정시설과 경찰의 '협업'이 핵심이다.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출소자의 출소 사실을 출소자의 주소지나 거주 예정지의 관할 경찰서에 통보하면 경찰은 출소자의 전력과 재범 위험성 등을 평가해 우범자로 지정, 관리한다. 우범자 관리 대상은 살인·방화·강도·절도·강간·강제추행·마약 등 8개 죄에 한하며 범행 수위에 따라 단순 자료 수집 대상자, 첩보 수집 대상자, 중점 관리 대상자로 구분된다.
사진설명/ 교도소 내부

#10
하지만 우범자가 거주지 이전신고를 하지 않고 이동할 경우 소재 파악이 어렵고, 김일곤 사건처럼 교정시설과 경찰의 공조가 미흡한 문제도 있다. 경찰도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게 된다. 현행법에 따르면 우범자의 동향파악은 간접탐문에 의존해야하는 한계도 있다.
사진설명/ 교도소 내부

#11
'우범자 관리'가 인권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9월 강도·강간 혐의로 10년간 복역했던 A씨가 '우범자 관리제도'로 경찰관이 집으로 찾아오자 자신의 범죄사실이 가족들에게 드러날까 걱정하다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범자 집중 관리가 힘을 얻기 어려워진 이유다.

#12
또한 관련 법규가 마련되지 않아 경찰관들이 인권 침해와 직무 유기 사이에서 고충을 호소할 수 밖에 없는데.. 하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우범자 관찰강화를 위한 경찰 직무집행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 인권침해와 범죄 예방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끝내기 위해선 국회와 경찰, 교정시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취재·구성 이하경
디자인 주보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