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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뽑는 '콩클라베' 제안까지 등장한 원 구성 협상, 속사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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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에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콩클라베(Conclave)를 제안합니다. 협상장 문을 걸어잠그고 무제한 협상을 시작합시다.”

더민주 우상호 "법사위 과감히 양보하겠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자신의 발언 차례가 오자 이렇게 말했다. ‘콩클라베’는 추기경들이 교황을 새로 뽑을 때 바티칸 시스티나성당에 모여 결론이 날 때까지 외부와 접촉을 차단한 채 진행하는 비밀회의다.

국회의장과 각 상임위원회 구성 등 원 구성이 법정시한(7일)을 지키지 못할 거란 우려가 나오자, 더 민주는 이 같은 방식을 제안했다. 박 원내수석은 “28년 만에 법정 시한에 맞춰 출범하는 국회의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주기 위한 우리 당의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에 앞서 우상호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을 향한 제안을 내놨다. 우 원내대표는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과감히 (새누리당에)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에 정해진 시점에 개원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며 “이제 새누리당이 화답할 차례”라고 덧붙였다.

콩클라베 제안과 법사위 양보안엔 7일까지 원구성이 안되면 ‘새누리당 탓’이라는 평가가 나오게 하겠다는 더민주 원내지도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새누리당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즉각 “국회운영위와 정무위 등을 차지하기 위한 야당의 꼼수”라고 비판하자, 박완주 원내수석은 다시 “(기자) 여러분들이 판단하시면 된다”며 자리를 떴다.

우 원내대표의 법사위 양보 발언엔 그에 따른 조건도 붙어 있다. 그는 “여소야대가 된 상황에 맞게 국회의장은 야당 출신이 맡는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상임위 배분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잘 작용할 수 있도록, 집권당이 야당에게 양보할 차례라고 촉구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더민주 원내대표단 관계자는 “운영위와 법사위를 여야가 나눠 맡는 게 견제와 균형의 원리”라며 “결국 우리가 청와대를 담당하는 운영위원장을 차지하겠다는 뜻으로 새누리당이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가 그동안 말해온 ‘통 큰 양보’가 아닌 사실상 강수(强手)를 뒀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김 원내수석은 “우 원내대표가 근거없는 황당한 얘기를 쏟아내는 것은 국민들에게 혼란만 준다”며 “수석부대표간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야당의 원내대표가 왈가왈부 하는 것은 원 구성 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최선욱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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