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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강남역 사건 이후 부모님이 매일 학교에 데리러 오세요”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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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숭의여고지부

지난 5월 말,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피해자를 애도하는 시민들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였다. '바로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두려움이 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었다. [사진=중앙포토]

지난 5월 17일 밤 11시 서울 강남역 인근의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됐다. 피의자 김 모씨(34)는 사건 발생 9시간 만에 검거됐다. 김씨는 피해자와 모르는 사이이며 자신에 대한 여성들의 무시가 범행의 동기라고 밝혔다.

많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이런 일을 겪기에 '바로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었다'는 두려움이 공감을 얻었다. 곧이어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억울한 피해자를 애도하는 모임이 열렸다. 피해자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이는 가운데, 숭의여고에도 추모 포스트잇이 등장했다.

숭의여고 내에도 강남역 살인사건 피해자에 대한 애도의 글이 붙었다.

'예전에도 일어나서는 안 됐던 일, 앞으로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이 사건이 여성혐오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건의 씁쓸함은 살아가는 피의자와 죽음을 되돌릴 수 없는 피해자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경찰은 여성을 겨냥한 증오 및 혐오의 증거가 뚜렷하지 않다며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로 결론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혐오’ 논란은 지속됐다.

'여성혐오'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모든 문화·사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라는 개념과 ‘여성은 남성을 타락하게 만드는 위험한 존재’라는 두 가지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이미 몸에 밴 여성에 대한 편견‘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혐오'에 대한 여고생의 의견은 어떨까. 솔직한 답변을 듣기 위해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했다. 다음은 여고생들의 말이다.

"사실 여성혐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강남역 사건때문에 알게 됐어요. 애초에 여성혐오이란 단어가 생긴 게 그만큼 여자를 혐오하는 남자들이 많아서 만들어진 단어라고 봐요. 그리고 이유없이 여자를 혐오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이런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게 정말 끔찍하고 앞으로 여성혐오로 인해 또 어떤 잔인하고 말도 안되는 일이 생길지 걱정돼요. 더불어 이번 사건으로 안타깝게 죽은 피해자의 명복을 바라며 하늘에서나마 평안히 쉬시길 바랍니다."

"요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피의자는 남성이죠. 누군가를 혐오한다는 그 자체가 정말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남녀가 서로 돕고 서로를 이해하며 사회를 이끌어나가야 평등하고 정당한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서로 도우며 살아가도 모자란 시대에 혐오한다니… 무섭고도 참 슬픈 일이죠."

"아주 오래전부터 여성은 남성보다 지위가 낮고 집안일만 하며 '서방님'을 모셔야 하는 존재였잖아요. 시대가 발전하며 그런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적극적인 활동을 한 것이 혐오로 이어진다는게 화가 나요. 아직도 여성을 남성보다 하등한 존재라고 생각하면서 차별하려는 심리가 드러난다는 건 우리 사회가 비합리적이고 아직 발전하지 못했다는 증거 아닐까요?"

"여성이 이유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죽을 위험이 있는 시대가 오다니 정말 화가 나고 무서워요. 저희 부모님은 이번 사건 이후로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절 데리러 학교까지 오세요. 여성이자 고등학생의 입장으로서 한없이 무섭고 조심스러워지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당당히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 없다는 게 서글프네요. "

"이번 사건으로 아무 상관없는 남성들도 분명 많은 피해를 볼 것입니다. 저는 이 피의자가 사형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사형이 허락되지 않은 우리나라가 그저 미울 뿐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된 대책을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혐오감을 갖게 된 계기와 이유를 사회적인 시선에서 잘 파악해야 해요. 여성혐오를 하고 그런 모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분위기에 휩쓸려서, 아무 생각없이 시작한다고 들었어요. 예방교육을 철저히 하고 강력한 법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의 명복을 빕니다.

글·사진=류나경·김성은·조원영·최윤아(숭의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숭의여고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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