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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항 않고 30분 비행 의문|JAL기 추락에 꼬리 무는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JAL기 추락 사고로 숨진 김종욱씨(43포)의 부인 전옥자씨(42)와 장남 김한가위(16·미국명 「크리스터퍼」·서울 외국인 학교 고교 과정 2년), 김한솔(14·미국명 「스코트」·외국인 학교 중학 3년 과정)군 등 일가족 3명은 방학을 맞아 일본에서 사업을 하는 김씨를 만나기 위해 지난 10일 출국, 동경을 거쳐 대판으로 가던 길에 참변을 당했다.
숨진 전씨가 살고 있는 서울 동부이촌동 타워맨션 1002호에는 13일 상오 비보를 듣고 모인 가족 5∼6명이 침통한 표정으로 장례 절자 등을 의논하고 있었다.
전씨의 동생 전유열씨(36·여·서울 서초동 삼익 아파트 5동 1002호)등은 12일 밤 TV뉴스를 보고 언니집으로 달려왔다가 문이 잠겨 울며 집밖에서 서성거려다 13일 새벽 귀가, 상오 9시 30분쯤 전씨집 파출부로부터 열쇠를 건네 받아 문을 열고 가족들이 함께 모인 것.
안양에서 올라온 전씨의 남동생 전유종씨(33)는 『일본으로 가기 직전인 9일 저녁 누님과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 됐다』고 울먹이며 『논산에 있는 어머니(65)가 상경하는 대로 가족들이 사후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씨 부부는 68년 2월 결혼한 뒤 72년 3월 두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77년 미국 시민권을 얻고 78년에 다시 귀국했으며 전씨는 미국식으로 남편 성을 따라 「김옥자」로도 사용해 왔다.
재일 교포 2세 무역업자인 안시환씨(53·서울 이촌동 신용산 아파트 31동 603호)는 일본 고오베에서 자라나 5년 전 한국인 부인 오공순씨(32)와 결혼하면서 한국에 정착, 이촌동 집에 1살, 3살짜리 1남 1녀를 두고 살고 있으며 아파트에 오퍼상인 「중앙 무역」회사를 설립, 일본을 왕래하며 송이버섯 수출을 해 왔다.
지난 9일 역시 송이버섯 수출 상담을 위해 출국했다고 변을 당했다.
부인 오씨는 『일본에 가면 신간선만 타고 다녔는데 처음으로 국내선 비행기를 탄 것같다』고 울먹였다.
◇JAL 서울 지사=서울 을지로 1가 188의 3 백남 빌딩 1·2·3층의 JAL 서울 지사(지사장 관림일야·54)는 12일 하오 8시 30분쯤 TV를 통해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나온 간부 15명이 비상 대책 회의를 가진데 이어 13일 상오부터 직원 92명 전원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일본 본사로부터는 12일 하오 8시 30분쯤 『사고가 난 것 같다』는 텔렉스가 타전되고 곧 사후 처리에 대비해 줄 것을 당부하는 텔렉스가 날아들었다는 것.
총무 과장 윤영철씨(40)는 『서울 지사가 보상을 대행해야 할 희생자가 3∼4명 될 것 같으나 정확한 명단을 입수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본사로부터 「일본에 가고자 하는 유족이 있을 경우 항공편 등 편의를 제공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의문점=항공 전문가들은 기내에서 폭발 사고 등 강력한 힘에 의해 기체에 손상을 줄 만큼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한 운항 중 뒷문이 열리거나 떨어져 나가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의 문은 외압과 내압차이를 가장 민감하게 받는 부분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13t의 압력을 받더라도 열리지 않도록 설계돼 있으며 실수로 문의 핸들을 잘못 조작, 열리는 경우에도 항공기의 문은 진행 방향으로 열리도록 되어 있어 풍압으로 인해 완전히 열리지는 않고 약간의 틈새가 생길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기내 폭발로 뒷부분이 파손 댔다고 해도 조종 시스템의 주요부분은 동체 앞부분에 있어 치명상을 입지 않는 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문의 개폐는 마이크로스위치로 연결돼 조종실 내부의 게기판에 나타나도록 도어 있으나 마이크로 스위치에 이상이 있어 조종사가 문이 열린 것을 모르고 이륙했다면 이륙 직후 기내의 여압차로 이상이 있는 것을 알게돼 즉시 회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JAL사고는 조종사가 이륙 15분 후 조종이 불가능하다고 관제소에 알려 온 후 회항하지 않고 32분이나 비행하다 추락한 점과 동경∼대판 간의 1시간 10분 정도의 항로에서 정상 항로를 이탈한 점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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