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구의역 스크린도어 피해자에 “여유 있었다면 덜 위험한 일 택했을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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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 트위터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김모(19)씨에 대해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 지도 모른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안 대표는 해당 내용이 담긴 트위터를 삭제했지만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안 대표는 30일 밤 트위터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에 대한 글을 연달아 올리기 시작했다. 오후 9시49분쯤 “20살도 채 되지 않은 젊은이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안전을 지키는 일을 하다가 당한 참담한 일입니다”며 “이미 여러 사람이 똑같은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고 애도했다.

이어 “가방 속에서 나온 컵라면이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며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했을지도 모른다”는 글을 추가로 썼다.

그런데 이 글에 대해 네티즌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정준영 전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여유라고는 느낄 수 없는 절박함 속에서 누군가가 선택한 ‘가장 나쁜 일자리’여도 일하다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찾아보았을 ‘덜 위험한 일’이란 도대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안 대표는 해당 글을 삭제한 후 10시20분쯤 “앞으로도 누군가는 우리를 위해 위험한 일을 해야 한다”며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위험을 줄여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할 일이다. 아픈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삭제된 트위터 글이 캡처되며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찾아보았을 ‘덜 위험한 일’이란 도대체 무엇이냐”(@Yeolyeol2), “그저 여론에 편승해 별 생각없이 한마디씩 던지는 의원님들의 가벼운 생각들을 접할 때마다 국민으로 부끄럽다”(@kdrkdrkdr59), “논란되니 말 싹 바꾸셨네요.. 그나마 잘못된 것이 뭔지는 인지하고 바꾸셨으리라 믿고 싶다”(@Yang_TaeHo)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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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는 결국 31일 오전 트위터에 구의역 현장에 시민이 남긴 “문제는 매뉴얼이 아닌 시스템이다”는 포스트잇 글을 사진으로 올렸고, 오후에는 “더 크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열악한 노동환경에 희생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안 대표는 김경록 대변인을 통해 “부모님 마음,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던 건데 진의가 잘못 전달될 수 있겠다 싶어서 트위터 글을 수정했다. 정말로 중요한 건 이런 일들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제대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제도화하는 것이다”고 해명했다.

이날 구의역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찾아 책임소재 규명과 재발방지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안 대표는 구의역 현장방문 계획은 잡지 않았다. 사고 현장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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