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잘 되게하는 세수크림 나왔습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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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웹사이트가 선보인 신제품들. (왼쪽부터)두뇌활성안경, 세수크림, 다기능전화기. [사진 내나라]

“불면증·두통 치료에서 학습능력 향상까지….”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웹사이트 ‘내나라’가 30일 소개한 ‘두뇌활성안경’의 홍보문구다.

한국선 20~30년 전 유행했던 제품
두뇌활성안경, 다기능 전화기 광고

평양의학대학이 개발한 이 안경은 1990년대 초 등장한 한국의 ‘집중력학습기’와 유사한 제품이다. 북한은 “안경에서 나오는 빛자극은 인체에 전혀 피해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새로 개발한 ‘다기능 (유선)전화기’에 대해서도 “2800명 이름·전화번호를 기억하고 발신번호식별(CID) 및 음악감상 기능이 있다”고 소개한다.

다른 북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에는 색조화장과 피부의 오염물을 깨끗하게 제거해준다는 ‘세수크림’이 등장했다. 북한판 세안제로 거품형과 미백용으로 구분된 제품은 “화장이 잘되게 하고 촉촉한 피부를 유지시켜 주는데 효과가 있다”고 선전한다. 한국에선 관련 제품이 90년대 초 “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북한에서 한국의 80~90년대와 유사한 제품들이 출시되는 이유는 낙후됐던 북한 소비층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관련 기술 수준도 일정수준 올라간 때문으로 보인다. 특권층을 제외한 일반 주민의 입장에서 외국산 수입품을 쓰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북한 자체로 새로 개발해내는 물품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은행이 최근 발간한 『2015 북한의 산업』은 북한의 기술 수준에 대해 “한국의 196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편차가 심하다”고 평가하면서 “가전 산업은 80년대 후반, 통신기기는 90년대 중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 제품들이 합영법을 도입하고 외국문물에 눈뜨기 시작한 80년대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면서 “북한의 기술력과 주민들 눈높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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