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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선물 준비 백화점, 한우 대신 수입육업체 접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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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고가의 굴비나 한우 선물세트가 수입산으로 대체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은 선물 한도를 5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번 추석(9월 15일)은 김영란법의 적용(9월 28일 시행)을 받지 않지만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추석 선물 문화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김영란법 9월28일 시행도 전에 변화
국내산으론 5만원 이하 못 맞춰
아프리카산 조기 찾아 출장
수입업체 주가 연중 최고 뛰기도

익명을 원한 농림단체 관계자는 “지금은 추석 한우 선물세트를 구성할 시기인데 백화점 직원들이 한우 업체보다는 수입 업체와 많이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형 백화점 관계자도 “이번 추석은 김영란법 시행 이전이지만 사회 분위기상 주문자가 법의 취지에 맞게 5만원 이하를 찾을 가능성이 커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 선물로 국내산을 선택한다는 분위기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이제 국내산으로는 도저히 5만원짜리 굴비 선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며 “아프리카산으로 표기가 되더라도 그렇게 명절 선물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산 조기보다 낮은 가격의 수입산을 찾기 위해 아프리카로 직원을 보내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는 게 수협 측 설명이다.

지난 9일 시행령 제정안 발표 이후 수입 농·축·수산물을 취급하는 유통·가공 업체의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입 쇠고기 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일사료의 주가는 지난 27일 2740원으로 올해 초보다 22% 올랐다. 수산물 가공업체인 한성기업의 주가도 시행령 발표 직후인 12일에는 1만1200원으로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성기업이 김영란법 테마주로 분류된 것은 굴비나 전복보다 가격이 낮은 게맛살과 어묵을 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농·어업인 단체는 5만원 기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홍길 한국농축산연합회 운영위원은 “한우 선물세트는 택배 송장으로 입금 내용이 명확하게 찍히는데 부정부패와 연관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전남 영광에서 20년째 굴비를 만든 한기환씨는 “앞으로 5만원 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내년 설부터는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대형마트를 규제했더니 납품 상인이 죽는 예기치 못한 풍선효과가 나타났듯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정치권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안=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 있는 사람들로부터 3만원이 넘는 식사를 대접받으면 대가성이 없더라도 처벌받도록 했다. 선물의 상한액은 5만원, 경조사비의 한도는 10만원이다. 강연료의 상한은 공무원은 시간당 20만~50만원, 사립학교 교직원 등은 100만원이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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