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28~29일 동선(動線)이 시선을 끌고 있다.
헬기 타고 TK 도착, 두 차례 식수
류성룡 고택서 ‘나무 제왕’ 주목 심어
“투철한 공직자 정신 기리려 방문”
김관용·김광림 등 친박계 함께해
예정 없던 경북도청 신청사도 찾아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행정수반 총리’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반 총장은 29일 일산 킨텍스에서 세계로터리대회 기조연설을 한 뒤 공군 헬기를 타고 TK(대구·경북) 지역을 찾아 두 차례의 기념식수를 했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서애 류성룡의 고택 충효당 앞에서 한 번, 경북도청 신청사에서 한 번이었다.
28일엔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서울 신당동 자택을 예방해 배석자 없이 독대했고 오후엔 정·관계 원로 13명을 만났다. 원로 중엔 한때 대선 잠룡으로 부상했던 고건 전 총리도 있었다.
29일 반 총장이 안동 충효당 앞에 심은 나무는 주목(朱木)이었다. 류왕근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은 “주목은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가는 나무 중의 제왕”이라며 “사계절 내내 푸르름을 유지하는 장수목”이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류성룡은) 조선 중기에 재상을 하시면서 투철한 조국 사랑의 마음을 가지시고 어려운 난국을 헤쳐 나가신 분”이라며 “그분의 높은 나라사랑 정신,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기리면서 모두 다 함께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1592~98) 중 전시수상(영의정)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명나라 원군과의 연합군 결성, 일본과의 강화협상 등을 총괄했다. 충효당에서 한 오찬에는 새누리당 내 친박계 인사들인 김관용 경북지사,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예정에 없던 경북도청 신청사 방문 일정이 추가됐다. 반 총장은 신청사 앞 솟을대문 옆에 적송(赤松)을 심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해 심은 주목에서 100m 정도 떨어져 있는 자리였다.
전날 JP와의 면담은 30분간 진행됐다. 면담 후 JP는 기자들에게 “우린 비밀 얘기만 했다”고 말을 아꼈다. 반 총장은 “(JP께서) 열심히 마지막까지 임무를 잘 마치고 들어오라는 격려의 말씀을 주셨다”고 전했다. 기자들이 충청 대망론에 대해 묻자 “제가 그런 말씀 드릴 상황은 아니고 다음에, 내년에 와서 뵙겠다”고 답했다.
정·관계 원로와의 만남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반 총장 주최 만찬 형식으로 진행됐다. 노신영·이현재·고건·한승수 전 총리(재임 순), 신경식 헌정회장,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이대순 전 체신부 장관, 정치근 전 법무부 장관, 정재철 전 정무장관 등을 만났다.
새누리당에선 JP 예방에 이은 TK에서의 활발한 행보를 두고 반 총장이 ‘충청+TK 대권 구상’을 발로 옮겼다는 말이, 고 전 총리와의 대면엔 ‘반면교사(反面敎師) 일정’이란 해석이 나왔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은 “박 대통령이 TK 출신으로 충청의 민심을 잡아 정권을 가져왔다면 이번에는 충청 출신인 반 총장이 TK 민심을 잡을 차례”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30일 경주에서 열리는 유엔 NGO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뉴욕 유엔 본부로 복귀한다. 이에 앞서 이날 NGO콘퍼런스 조직위가 주최한 만찬에는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과 김석기·김정재 당선자 등 내·외빈 300명가량이 참석했다. 한 참석자는 “대권이나 국내 정치에 대해선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안동=유지혜·현일훈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