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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원 있으면…누구나 사모펀드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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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DS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 일반 투자자에겐 생소하지만 자산가들 사이에선 제법 이름이 알려진 신생 운용사다. 두 회사의 ‘DS 수(秀)’ 펀드와 ‘라임 모히토’ 펀드는 올 들어 이달 초까지 9%대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의 평균 수익률(-0.3%)을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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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고수’로 알려진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DS자산운용에는 지난 2월 이후 1000억원 넘는 돈이 몰렸다. 공식 홈페이지조차 없는 이 회사가 굴리는 돈은 4000억원이 넘는다. 여러 가지 자산에 다양한 운용전략을 섞어서 투자하는 이런 한국형 헤지펀드는 요즘 여의도의 대세다. 자본시장의 인재와 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자산가들은 헤지펀드에 뭉칫돈을 투자하지만 일반 개미투자자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헤지펀드의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펀드 규제 완화
연내 공모 재간접펀드 도입
연 6~8% 기대수익 헤지펀드
부동산·실물 대체투자 길 터

금융위원회는 29일 이런 투자 제한을 풀어주는 ‘펀드상품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개인투자자가 다양한 펀드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내용이다. 주식 같은 전통 자산에 치우쳐 있는 공모펀드 시장에 변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개인이 헤지펀드를 비롯한 다양한 사모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공모형 재간접펀드가 올해 안에 도입된다. 이 재간접펀드는 전체 자산의 20%까지 동일한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 최소 투자금액은 5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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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최소 투자금액 규제 때문에 일반투자자가 수익성 높은 사모펀드에 자유롭게 투자하지 못했다”며 “재간접펀드가 나오면 저금리 시대에 유용한 투자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은주 삼성생명 WM사업부 차장은 “ 자산가들이 많이 찾는 헤지펀드는 기대수익률이 연 6~8%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며 “저금리·저성장으로 수익 낼 곳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보니 일반 투자자들도 점차 이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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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가 대상의 사모펀드 중심이었던 부동산·실물자산에 개인이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펀드도 나오게 된다. 사모 실물자산펀드 투자에 특화된 공모 재간접펀드가 도입된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인프라 같은 실물자산 투자는 주식·채권 투자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더 활성화된다. 금융위는 펀드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액티브 ETF를 도입키로 했다. 그동안 ETF는 코스피200과 같은 특정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형만 허용됐다. ETF는 판매수수료가 없어서 저렴하고 펀드보다 투명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상장지수채권(ETN) 시장도 커지게 된다. ETN은 원자재·금리·주가 등 기초자산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올리는 상품이다.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된다는 점에서 ETF와 같다. 금융위는 장외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보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쉬운 ETN을 ELS의 대체투자 수단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ETN이 나올 수 있도록 상장요건을 완화키로 했다. 또 ETN에 분산투자하는 공모펀드를 출시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대신 구조가 복잡한 ELS에 대한 판매규제는 더 까다로워진다. 투자자가 ELS의 투자위험을 충분히 숙지한 뒤에 투자하도록 3일 정도의 숙려기간을 의무적으로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애란·김성희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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