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전용 세정제로 씻은 틀니, 입안 세균·냄새 한꺼번에 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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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틀니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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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열린 ‘2016 틀니 건강대회’에서 박찬길씨가 자신의 틀니 속 세균을 보며 치과위생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프리랜서 임성필

“이게 다 틀니에 있는 세균이에요?” 지난 19일 서울 자양동 서울동부여성발전센터에서 열린 ‘2016 틀니 관리의 날, 틀니 건강대회’에 참석한 박찬길(76·여)씨의 눈이 커졌다. 자신의 틀니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니 크고 작은 세균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 검사를 진행한 대한구강보건협회 정은결 치과위생사는 “동그란 것은 충치균(구균)이고 긴 것은 잇몸균(나선균)인데, 균 수나 활동성을 보니 관리를 잘하신 편”이라며 박씨를 안심시켰다.

치약·물·소금물로 씻으면
틀니에 흠집 나 세균 번식
폐렴 발생률 2배 높아져

박씨는 20년 전부터 빠진 어금니 대신 부분틀니를 했다. 4년 전, 새 틀니로 바꾼 뒤로는 틀니 전용 세정제를 사용한다. 그는 “틀니에 사는 세균이 충치나 잇몸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틀니를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건강한 구강은 장수 지름길

100세 건강은 구강 관리에서 출발한다. 이날 ‘어르신 구강 건강과 올바른 틀니 관리법’을 주제로 강연한 대한구강보건협회 장연수(단국대 보건복지대학원 교수) 이사는 “구강질환은 당뇨병, 고혈압, 심뇌혈관계 질환 등 전신질환과 연관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잇몸병(치주질환)을 조심해야 한다. 세균이 달라붙어 치아를 받치는 잇몸과 잇몸 뼈(치조골)에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이 악화하면 치아와 잇몸 사이가 벌어져 치아가 빠진다. 음식을 잘 씹지 못해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영양 섭취가 어려워져 몸 건강 자체를 해친다. 구강 세균 자체가 건강 문제를 일으킨다는 의미다.

음식을 잘 씹지 못하면 뇌 활동도 떨어진다. 대한구강보건협회 신승철(단국대 치대 예방치과 교수) 회장은 “씹는 활동을 많이 하면 뇌의 퇴화를 막을 수 있다. 기억력 유지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연수 이사는 “먹고살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자신의 구강 건강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자기 치아를 온전히 갖고 있는 어르신이 드물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제 국내 틀니 인구는 400만 명이다. 65세 이상 2명 중 1명꼴로 틀니를 사용한다. 행사에 참석한 150여 명의 어르신도 대부분 틀니 사용자였다. 장 이사는 “평생 건강을 지키려면 이제라도 치아를 대신하는 틀니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전에 틀니 세정 습관화

대한구강보건협회가 최근 틀니 사용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틀니 관리 실태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은 치약, 흐르는 물, 소금물로 틀니를 씻었다. 모두 잘못된 방법이다. 장연수 이사는 “치약의 일부 성분(연마제)이 플라스틱으로 된 틀니에 흠집을 낼 수 있다”면서 “여기에 세균이 달라붙어 자라게 되면 입안이 세균의 온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강연을 들은 박성천(69)씨는 “10년간 당연한 듯 치약으로 틀니를 닦았는데 실은 위험한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장연수 이사는 “틀니를 씻을 때는 전용 세정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틀니와 함께 물에 넣기만 하면 돼 편리하다”고 추천했다. 자기 전에 틀니를 빼놓고 세정하는 습관은 폐렴 위험도 줄일 수 있다. 신승철 회장은 “오래 신발을 신으면 발이 아프듯 틀니를 장시간 착용하면 잇몸이 피곤해진다”며 “틀니를 끼고 자면 폐렴 위험도가 최대 2.3배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틀니를 쓰면서 점차 헐거워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노화로 잇몸 뼈가 가라앉고, 틀니 자체가 마모되기도 한다. 틀니가 불편하거나 입안에 상처가 자주 나면 초기 부착재를 사용하고 심하면 병원을 찾아 조정을 받는 편이 좋다. 신 회장은 “틀니는 구강 상태에 맞춰 정교하게 제작된다. 스스로 조정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선 배우 주현씨와 함께한 ‘틀니 관리 퀴즈 이벤트’와 ‘틀니 속 세균 확인, 구취 측정 체험’이 함께 진행됐다. 행사장을 나서는 양성훈(72)씨는 틀니 관리법으로 알려준 ‘구·구·구’를 되뇌었다. 대한구강보건협회가 ▶구강 건강 위해 수면 시 틀니 빼기 ▶구취 예방은 틀니 세정제로 하기 ▶구내염이 있으면 틀니 점검부터 등의 내용을 담아 마련한 틀니 관리지침이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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