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욱일기 단 일본 함정 제주기지 입항 계획 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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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기(旭日旗)를 달고 제주 해군기지에 입항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이어지자 해군이 다음달 3일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Pacific Reach 2016)의 평가회의 장소를 제주 해군기지에서 진해 기지로 변경했다.

해군 관계자는 25일 "25일부터 3일까지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호주·싱가포르·말레이시아 해군이 남해안 일대에서 잠수함 구조훈련을 마치고 제주 해군기지에 들러 평가회의를 할 예정이었다"며 "평가회의의 여건과 지역사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진해군항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훈련이 잠수함 구조훈련이다보니 잠수함 사령부가 있는 진해기지에서 평가회의를 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했다"며 "제주 해군기지를 완공(2월말)하자마자 외국 함정들이 입항하는게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수용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이 제주기지에 입항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시민단체들의 반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번 훈련에 일본은 구조함인 치요다(千代田ㆍ3650t)함과 잠수함인 사치시오(幸潮ㆍ2750t)함을 파견했다. 이들은 훈련 전날인 지난 24일 오전 진해항에 입항하며 함수(함정의 앞쪽)에는 일본기를, 함미(함정 뒷쪽)에는 욱일기를 게양했다. 해군 관계자는 "함정이 다른 나라의 항구에 입항할 때는 자국의 기와 부대기를 다는게 국제법적 의무이자 관례"라며 "일본 함정들은 이전에도 욱일기를 달고 입항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의 경우, 건설과정에서 반대했던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과의 갈등의 상처가 여전한 상황이다.

해군은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제주도가 군사기지화 할 우려가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반대속에 지난 2월 우여곡절끝에 제주 해군기지를 완공됐다. 현재도 공사 반대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구상권 청구 소송이 진행되는 등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곳을 방문한 첫 외국 함정이 욱일기를 단 일본 함정이라는 점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해군도 국민감정을 자극할 수 있고, 독도분쟁과 과거사 문제로 편치 않은 한·일 관계를 고려하면 제주 해군기지에 욱일기 출현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고려한 조치라는 평가다.

하지만 계획단계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언론 보도로 인터넷 등에서 비난 여론이 끓은 뒤에야 계획을 수정한 건 훈련 참가국들에게도 '결례'인데다 국민들의 감정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처사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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