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8)출판의 길 40년-도서유통기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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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출판계에 있어서 도서유통의 현대화 대책은 40년래의 현안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것을 풀지 못하고 미로를 헤매고 있다.
좋은책이 출판되었다 하더라도 이것을 독자에게로 신속히 유통되는 경로가 정비되어 있지 못하면 그좋은 책의 출판행위는 인력과 출판자재의 낭비로 끝나버리고 만다. 그래서 출판계에서는 서점의 역할을 출판사 역할의 연장이라고 보고있다.
우리의 을서 또한 창립이상을 양서보급에 두었기 때문에 남달리 도서유통의 질서를 확립한다는 문제에 대해 조바심 같은 간절함이 있었다.
왜냐하면 양서는 소위 악서에 구축되는 경우가 많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섬」법칙이 도서보급에 적용된다는 것이다.
나는 양서의 개념을 저작권 또는 출판권등 저작권법상에 규정된 저작자와 설정된 출판권자의 권리가 보호되는 도서라고 믿어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출판은 표현방법의 창작성을 엄격히 지켜주고 보호하는 풍토가 무엇보다도 긴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출판계는 이렇지 못하다. 그 단적인 예가 유사도서의 중복출판이다. 힘 안들이고 이미다른 출판사에서 기획한 도서를 거의 그대로 모방하고 표절하는 출판행위가 범람한다. 이런책이 도서유통과정에서 정상적인 방법으로 출판한 양서를 구축한다. 전국의 각 대·중·소도시는 물론 정기적으로 열리는 5일 장터등의 노점에서 팔리는 책과, 주로 군·읍·면등 시골 서점에서 팔고있는 책들중 상당부분이 저작자의 권리가 무시된 책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출판풍조는 하루 빨리 준엄하게 비판을 받아 스스로 시정되어야 한다.
유네스코는 1971년10월「도서헌장」 10개 조항을 채택 공포했다. 그 제4조는 『건전한 출판사업은 국가발전에 긴요하다』 라고 규정하였다.
나는 늘 이헌장 정신에 입각해서 출판사업의 진흥책을 모색하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하여 나는 항상 출판물의 대형 유통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1969년에 출판금고라는 사단법인체를 당시 문공부장관의 동의를 얻어 창립했는데 만16년이 되도록 목적달성을 못하고 있다. 또 79년 뜻밖에 5년만에 다시 회장으로 피선되었을 때 이 기회가 회장으로 마지막 봉사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기업경영의 연구기관인 한국생산성본부에 용역을 주어 『출판물 대형유통기구 설립에 관한 조사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고, 당시 공화당정권의 양해를 얻어 고위층에 제출키로 되었는데 10·26사태 돌발로 이 조사연구에 따른 추진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
이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출판사와 서점의 참여의사에 대한 설문에서 출판사는 82.5%, 서점은 87.9%가 출판물 대형도매회사의 설립을 한결같이 열망하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리고 이 연구서는 제4장에서 대형 도매회사 설립에 대한 기본계획, 영업계획, 그리고 이 회사의 제규정까지 완전한 추진일정을 작성했었다. 그중 기본영업계획을 보면 ⓛ거래방법 ②거래조건 ③판매촉진 ④경영지도 ⑤소매점의 선정기준 ⑥시설의 연도별 투자규모를 액수로 58억3천만원, 그리고 운전자금 6억원, 창업비 1억원, 지급준비금 15억원, 합계 80원의 소요자금을 계상하고 그중 50억원을 장기차입금으로, 30억원을 주식공모에 의하여 출판계가 자체조달한다는 기본계획이 있었다.
이계획서가 작성된것은 79년말, 그런뒤 80년초의 정치적 격동기로 접어들면서도 출판계는 유통구조개선과 공급질서확립을 위해 매놓은 줄을 놓지 않고 당겼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협회조합이 공동으로 도서도매기구의 설치를 추진하기로 하고 두 단체가 적극협조하여 그 방법을 모색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내가 지금 느끼는 바는 자금조달을 지원하겠다는 행정부의 여건이 매우 좋아졌고 또 출판계의 경영진도 젊은층으로 바꾸어졌으며 출판물의 다종화로 시장성 흡인력도 증대되었으므로 계획대로 내년 봄에는 현안의 도서도매기구가 성공할것을 믿는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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