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피서도 좋지만 하던일 멈출수야…"|문화·예술계 인사들의 구상

7월 장마가 끝나면서 불볕더위와 함께 본격적인 휴가철로 접어든다.
이런 어수선한 하절기에 문화계 인사들은 일과 휴가의 갈림길속에서 고민한다. 창작활동을 멈추고 좀쉴까, 아니면 하던일을 계속할까. 그들의 여름계획을 알아본다.
먼저 여름철에 가장바쁜 분야는 연극계.
8월14일부터 개최되는 대한민국 연극제에 참가하는 극단은 1년중 가장 진지한 자세로 땀을 쏟아야 한다. 또 참가하지 않는 극단도 여름 워크숍·가을공연에 대비한 작품선택, 극단의 재정비로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임영웅씨(극단 산울림대표)는 9월11일부터 대한민국연극제 무대에서 막 올리는 『하늘만큼 먼 나라』 공연관계 때문에 꼼짝할수 없다고.
강유정씨(극단 여인극장대표)도 9월27일부터 시작되는 『풍금소리』 공연연습 때문에 피서계획은 잡을수도 없는 실정.
꽉 짜여진 저술활동 때문에 피서계획 자체를 아예 포기해버린 학계인사로는 우선 남광우씨(인하대국문과교수)를 꼽을수 있다.
남교수는 원고집필을 이미 다마친 『한국한자음훈자전』의 교정과 책내는 일에 매달려야 하는 것을 비롯해 지난 60년대에 펴낸『고어사전』을 보완해 새롭게 내는 『고어대사전』원고때문에 꼼짝할수 없다고.
또 조풍연씨(언론인)도 『현대의 국어생활』(가제) 1만5천장을 집필하고도 아직 덜해 이번 여름중으로 모두 탈고할 예정.
이강백씨(극작가)는 86년 문화올림픽 희곡부문 대본인 『비옹사옹』의 집필뿐 아니라 경동교회 45주년기념공연 작품대본과 가을에 막 올릴 오페라 『결혼』 대본등으로 지금이 여름인지 겨울인지 구별조차 할수 없다고 한다.
바쁘긴하지만 틈을 내어 여름휴가를 즐기겠다는 인사도 있다.
정종명씨(소설가)는 『소설문학』지에 연재되고 있는 『거인』의 원고를 비롯한 몇 편의 원고를 넘긴 뒤 7월30일을 전후해 4∼5일 계획으로 가족들과 망상이나 하조대해수욕장을 다녀올 예정.
안성기씨(영화배우)는 7월초 촬영이 끝난 『어우동』과 8월 중순에 시작되는 『고래사냥Ⅱ』의 막간인 8월초에 3∼4일 계획으로 경포호수와 양양계곡에 가 은어낚시로 한 여름의무더위를 씻겠다고.
노경식씨(극작가)는 88년 문화올림픽 오페라대본 『신적』의 집필이 끝나는대로 시간을 내 고향 남원에서 가까운 지리산 뱀사골에 가서 3∼4일 머리를 식히며 다음 작품을 구상할 예정.
아직 뚜렷하게 피서계획을 잡지 못하는 인사도 많다.
오세영씨(시인·서울대교수)는 작품이나 연구논문은 뒤로 미루고 그동안 밀린 책들을 우선적으로 읽을 예정인데 아이들 때문에 근교 산에나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한다.
최불암씨(MBC탤런트)는 『전원일기』 『수사반장』촬영의 틈을 이용해 가족들과 하루 정도로 가까운 계곡에 다녀올 예정. 시간·장소는 아직못 정하고 있다.
여름을 가장 시원하게 보내는 인사들은 시인들.
강만식씨는 가슴이 탁 트이는 해번시인학교에서 밤바다를 바라보면서 독자들과 대화를 나눌 계획. 시전문지 『심상』이 벌이는 서해안 몽산포에서 강연과 자작시낭독등으로 여름을 즐기겠다고 벌써부터 준비가 한창이다. 3∼4일간 펼쳐지는 이 축제 때문에 여름이 항상 기다려진다고.
이와는 별개로 김양식씨(시인·한국타고르문화협회회장)는 가족들과 함께 8월초 5일정도로 설악산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
송수남씨(동양화가·홍익대교수)는 방학동안 고향인 전주로 내려가 한벽루에서 매콤한 쏘가리탕에 소주나 마시면서 더위를 씻을 계획.
여름방학이나 휴가를 이용해 외국으로 나가는 인사도 많다.
신정옥씨(번역작가·명지대영문과교수)는 연구논문자료수집차 20일 출국했다.
8월13일까지 미국·일본에서 미국극의 국내소개과정에 관한 자료조사와 연극계 동향등을 살피고 귀국할 예정.
김의경씨(극단 현대극장대표)는 8월19일부터 열리는 아동극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난다. 아동극 국제교류 심포지엄과 아동극작가회의에도 참석할 예정. 관동대지진 「위령의 종」 제막식이 9월1일에 있는데 그 때까지 체류할 것이라고.
김형석씨(연세대교수·철학)는 8월말까지 미국·캐나다 교포사회에서 지낼 예정으로 지난 11일 출국. <양헌석기자>